"12살? 얼마 원해요?"… '음란창구'된 오픈채팅

머니투데이 박가영 인턴기자 2018.07.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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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 익명성 앞세워 '음란·성매매' 창구로…규제·단속 어려운 한계점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볼 수 있는 음란채팅방들. 오른쪽 오픈채팅방의 경우 해시태그로 미성년자와의 만남도 가능함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 캡쳐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볼 수 있는 음란채팅방들. 오른쪽 오픈채팅방의 경우 해시태그로 미성년자와의 만남도 가능함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 캡쳐


#최근 러닝을 시작한 직장인 A씨
(26). 혼자 뛰다 보니 금세 지루해져 동기부여를 위해 러닝 동호회를 찾기 시작했다. 요즘엔 다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쉽게 동호회에 가입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동네 이름을 검색한 A씨는 깜짝 놀랐다. ‘더운데 ㅁㅌ(모텔) 가실 분’ ‘즐길 여자 구함’ ‘용돈 필요한 여자분’ 등 음란성 채팅방이 검색 결과 창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음란채팅이나 성매매 창구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채팅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익명성’을 악용해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단속이 어렵고 증거물 확보도 쉽지 않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픈채팅은 지난 2015년 카카오가 출시한 서비스로 누구나 채팅방을 개설하고 참여할 수 있다. 지인들을 대상으로 채팅방이 개설되는 기존 카카오톡과 달리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참여가 가능하다. 채팅방 유형과 이름만 입력하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청소년이 성매매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도 높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응답자 중 59.2%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처음 성매매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한 성매매 방식 또한 스마트폰 채팅앱(67%)이었다.

오픈채팅에 '초딩'이라고 검색하자 음란채팅방이 그대로 노출됐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 캡쳐오픈채팅에 '초딩'이라고 검색하자 음란채팅방이 그대로 노출됐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 캡쳐
머니투데이가 실태 파악을 위해 24일 오후 오픈채팅방에 ‘초딩’이라고 검색한 결과 ‘말 잘 듣는 여자 찾아요’, ‘노예 구함’, ‘흥분해서 보여지고픈 X녀만’ 등 검색어에 어울리지 않는 채팅방들이 다수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중딩’, ‘고딩’은 물론 ‘스터디’라는 단어를 검색해도 음란채팅방이 목록에 나타났다.



‘조건만남’ ‘야한’ 등 노골적인 단어는 카카오 측에서 금칙 단어로 설정, 검색 결과가 표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에 노출되지 않을 뿐 채팅방 제목이나 설명에는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오픈채팅방을 통한 성매매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이뤄진다. 기자가 직접 오픈채팅방에 입장해 만남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알바 여초딩 구해요’라는 이름을 내건 한 채팅방에서는 인사를 건네자 답인사와 함께 “몇살이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12살인데 괜찮냐고 되묻자 “괜찮다. 비건전 알바인데 시간당 얼마 원하냐”며 조건만남을 요구했다. 이어 “성관계하는 건데 괜찮냐”, “콘돔 쓰니 걱정 말라” 등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말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의 대화가 계속됐다.

기자가 직접 초등학생으로 가장해 음란채팅방 개설자와 대화를 나눴다. 12살 초등학생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맞춤법도 틀리게 썼다. 다른 메신저 아이디를 요구한 개설자는 이후 이어진 대화에서 조건만남 관련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카카오톡, 라인 화면 캡쳐 기자가 직접 초등학생으로 가장해 음란채팅방 개설자와 대화를 나눴다. 12살 초등학생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맞춤법도 틀리게 썼다. 다른 메신저 아이디를 요구한 개설자는 이후 이어진 대화에서 조건만남 관련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카카오톡, 라인 화면 캡쳐
하지만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나 단속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미수에 그쳤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픈채팅 특성상 신원확인이 어려워 수사에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오픈채팅은 인증 없이 진행돼 추적하기 어렵고 대화방을 나가면 복원이 어려워 증거물 확보도 쉽지 않다”며 “최소한의 본인 인증이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업체 측에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도 오픈채팅의 부적절한 사용을 인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인증 단계를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승재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현재 카카오톡은 전화번호 외에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며 “또한 ‘고독한 OO방처럼 오픈채팅에 대한 미성년자 수요가 있기 때문에 연령 확인 절차를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가 접수되면 음란채팅방 사용자 이용을 즉시 정지하는 등 조처를 하고 있으며 오픈채팅에 대한 모니터링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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