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변곡점 맞은 文정부... '네 바퀴 성장' 톱니를 맞춰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정진우 기자, 이재원 기자, 최경민 기자, 김하늬 기자, 이건희 기자, 안재용 기자, 조준영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권혜민 기자, 고석용 기자 2018.07.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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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성장노트] (종합)

소득주도·혁신·공정, 文 세바퀴 성장론에 '현장' 더한다
[문재인정부 성장노트] ①당정청, 국민체감엔 시간 필요..."원칙있는 실용주의 정책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서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내는 것"이라며 경제 주체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2018.7.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서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내는 것"이라며 경제 주체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2018.7.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요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이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공정경제는 이를 떠받친다. 그래서 세 바퀴, 3축이다. 이걸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면 네 바퀴가 완성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등 당정청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소득 지원책과 같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8대 선도사업, 4차산업혁명, 규제개혁을 비롯한 혁신성장 정책을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냈다. 문재인정부는 그렇게 지난 1년2개월여 쉴 틈없이 달려왔다.



최근 여기에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들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성장’을 표방했지만 성장론이 빠진 채 양극화 해소라는 분배기능만 부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바퀴들이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지 못했다. 그결과 고용 전망은 어둡고 최저임금 인상은 역풍을 헤쳐가야 한다. 방향전환, 최소한 우선순위 조정이 요구됐다. 일각에선 “1년 넘게 노력한 결과가 이렇다면 성장 전략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다. 지금의 성장정책을 계속 끌고 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9%로 낮춰 잡은 데에 “3%에서 하향하기는 했지만, 우리 잠재성장률이 보통 2.8~2.9%”라며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진 않은 것이고, 따라서 기조는 변화없이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고용악화 등 경제곡선의 하방압력이 계속돼 지금이 ‘터닝포인트’가 아니냐는 데에 답변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물론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수정하는 순간 혁신은 끝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만의 고집도 아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부임 직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를 지냈다. OECD의 화두는 포용적 성장이다. 윤 수석은 “소득주도성장이 OECD에서 얘기하는 포용적 성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소득격차, 양극화를 방치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게 세계적인 결론이란 설명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대·중소기업이) 상생하고 서민들 소득 높여서 성장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포용적 성장”이라 말했다.


그래도 아쉽다. 최저임금, 성장률, 고용창출 주요한 경제지표와 ‘숫자’들이 말한다. 목표는 상생이다. 부족한 것은 ‘현장’에 뿌리를 박은 정책이다. 김 지사는 “결국 상생 아니고는 답이 없다”며 “제도로 강제하는 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나가보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게 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도 속도와 성과, 국민체감을 강조하며 기업현장, 혁신사례 현장 방문에 나섰다. 최저임금 인상도 현장을 알지 않고는 편의점, 소상공인이 체감할 대책은 못 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영세자영업자, 무직 노인 등의 사정이 악화되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현실을 인정했다. 이른바 원칙있는 실용주의다.

다만 집권 2년차를 맞은 올해가 터닝포인트라는 인식은 갖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년 안에 우리 경제 체질을 바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2~3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올해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 이래 성장률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던 우리 정부의 체질이 바뀌려면 시간이 걸리고 이 정책이 국민의 삶 속에 스며드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당정청은 지금 추진하는 정책들이 조금만 더 속도를 내면 내년 이후 국민들이 분명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당도 비슷한 생각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들의 소득과 고용,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도록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휘 기자, 정진우 기자, 이재원 기자

문재인 성장론의 궤적, '소득주도'와 '혁신' 사이 영점잡기
[문재인정부 성장노트] ②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의 변천사

[MT리포트] 변곡점 맞은 文정부... '네 바퀴 성장' 톱니를 맞춰라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시대정신 중 하나는 '경제적 불평등의 해결'이다. 소득주도성장 기반에 혁신성장의 비전을 얹어 나가는 방식으로 해결법을 만들려고 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했지만 집권 2년차를 맞은 현재 경제 상황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은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선을 준비하면서 내세운 개념이다. 낙수 효과를 앞세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대안격이었다.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전면에 부상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비전을 설파하며 '유능한 경제정당'의 모습을 보이려 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중심경제', '더불어성장'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저임금 구조의 탈피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기업의 고용·혁신·성장을 달성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본격 대선주자로 나선 2016년 10월에는 '국민성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국민이 돈버는 성장"이었다. 기업에 편중된 부를 국민들에게 더 나눠 줄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연장선에 있는 개념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발발 이후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자 2017년 1월부터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빠르게 선점했다. 소득주도성장에 그치지 않고 정부·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비전이었다.

2017년 4월엔 '네 바퀴 성장'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세 개의 톱니 바퀴를 돌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지론과 혁신성장이라는 성장 장려책을 동일선상에 놓고, '일자리 대통령'의 실현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네 바퀴 성장'은 집권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 성장 정책의 근간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20대 국정전략에도 모두 포함됐다.

다만 집권 이후 소득주도성장에 무게가 쏠렸다. '고용'을 늘리는 방법을 제시하기 보다 '임금 격차'를 조정해 소득주도성장을 달성하려는 듯 한 움직임으로 비쳤다. 청와대의 경제라인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해온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활약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취임 첫 해에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16.4%) 파격 인상한 것은 정부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경제정책의 포커스도 최저임금 인상에 이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에 맞춰졌다. 일자리 안정자금 및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패키지들이 마련됐다. 문 대통령도 올초에 "최저임금 인상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대응책을 적극 주문했다.

반면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해줘야 하는 혁신성장의 축은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후 "혁신성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핵심전략"이라고 꾸준히 당부했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고용 지표의 악화가 현실로 다가오자, 문 대통령도 소득주도성장의 재점검을 지시하고 혁신성장의 미흡을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대표적 소득주도성장론자인 홍장표 경제수석을 경질하고 윤종원 경제수석을 앉혔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산을 언급하며 속도조절을 공식화하는 등 흐름 변화가 느껴진다. 향후 청와대는 혁신성장, 4차산업혁명, 규제혁신을 강조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도 하반기에 직접 각 분야별 현장을 방문해 규제혁신 등을 독려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1년차 동안 소득주도성장에 집중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충분히 내부에서도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바퀴가 함께 굴러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성장vs분배, 소득vs혁신 이념 프레임의 순환
[문재인정부 성장노트] ③참여정부 성장 vs 분배의 소모적 논쟁 재현?

[MT리포트] 변곡점 맞은 文정부... '네 바퀴 성장' 톱니를 맞춰라
문재인정부 성장 정책이 이념 대결로 치닫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실패론'을 들고 나오면서다. 야권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분배 정책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성장과 분배의 '적정선'에 대한 논의는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사회에 '성장 또는 분배' 라는 양자 택일을 강요하는 모습이다. 15년전, 참여정부가 '분배와 평등'을 중심으로 한 복지정책을 경제 성장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진보대 보수의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과 비슷한 데자뷔다.

분배정책이 등장한 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조건에 '사회안정망 확충'이 전제조건에 포함돼 있던 까닭이다. 국민의 정부가 사회보험 개혁을 시도해 전 국민 보험시대를 열었다면 이 기조를 이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복지 확대정책을 과감히 시도했다.

참여정부는 '시장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구호로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급격히 우리 경제구조는 국가 주도의 시장경제형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대량 실직과 중소기업의 파산, 대규모 공적자금 투여 등이 이뤄졌다. 그리고 분배와 복지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뒤로 미뤄졌다.

참여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경제와 복지의 동반성장', '경제정책의 사회정책화' 등을 내세우며 사회제도와 복지국가 준비를 선포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복지를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갈라먹자, 그것이 복지 아니냐. 그러면 경제는 망한다’ 이런 논리들을 가지고 복지를 핍박합니다만, 복지는 성장과 선순환 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력의 밑천이다. 사람이 밑천이니까, 복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니까 중요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임기 후반에 나왔다. 2006년 발표한 사회정책 국가전략보고서 '비젼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복지지출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22%대로 끌어 올린다는 정책목표를 내걸었다. 참여정부 당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4%대를 유지하면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사회지출비 비중은 5.7%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막대한 세금과 이해 당사자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복지확대정책은 번번이 '이념 논쟁'에 부딪혔다. 결국 참여정부는 복지정책을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실행하지 못한 채 정권을 넘겨줬다. 일각에선 복지의 후퇴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참여정부의 시행착오를 목도한 문재인 정부는 '바람직한 경제 질서수립'를 내걸고 집권 초기부터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라는 세 개의 톱니 바퀴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소득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고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란 주장에서다.

문 대통령은 그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복지를 통해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건 1차 시장소득의 배분에서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분배를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 등은 문 대통령 성장 정책에 역시 이분법 프레임을 들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성장 vs 분배'의 양자택일 프레임 전쟁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경제가 중요하다'의 주장 이면에는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다'는 논리가, 그리고 그 수면 아래는 필연적으로 임금을 두고 대립하는 노동자와 기업의 대결에서 '기업 편을 들겠다'는 속내가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야당이 '성장=경제'라고 정치 담론을 선점해 분배는 경제가 아닌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늬 기자

‘경고등' 켜진 소득주도·혁신성장, 그들의 변명
[문재인정부 성장노트] ④'뻔했던' 정부의 지표 분석…인구전망 장밋빛→잿빛 급선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8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8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8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8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견고했던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국민들의 경고다."

국민들이 문재인정부에 '경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지율을 통해서다.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은 60%대로 떨어졌다. 정부가 출범한지 만 1년이 넘은 지금 경제 정책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고용은 올 상반기 내내 부진했고, 소득불평등은 심화했다. 8350원으로 오른 최저임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과거 패러다임이 바뀌고 효과를 내기까지 시차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당 의원들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한 정부가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한다.

대신 정부·여당은 정책 방향을 고치기보다 속도를 조절키로 했다. 소득·일자리 지원을 확대해서 걱정을 진화하려 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선 그동안 부진한 경제지표들을 해명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 규제혁신 지연 등을 부진한 이유로 꼽았다.

분석은 변명에 가까웠다. 일부는 1년 만에 말이 180도로 바뀌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분석이 그랬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첫 경제정책방향을 브리핑하면서 에코붐세대(1991~1996년생)가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장년층 인구도 노동시장에 남으면서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밋빛이었다.

1년 뒤 정부의 인구 분석은 잿빛으로 바뀌었다. 올해 하반기 경방에서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빨라졌고, 노동공급 제약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30만명 수준을 예상한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 안팎에 머무른 원인 중 하나를 인구라고 지목한 것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오래 전부터 우려되던 내용이었다. 야권에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연된 규제혁신은 정부가 자초한 변명이었다. 지난해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으로 혁신성장을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중심경제, 공정경제에 이어 4번째로 소개했다. 반면 올해가 되자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양 날개를 이루는 중요한 성장 축이 됐다. 하반기 최우선 입법으로 각종 규제를 해소할 규제혁신5법이 될 정도였다.

초기 구상에서 우선순위가 밀렸던 만큼 정부는 올해 경방에서 혁신성장 성과를 소개하기보다 주로 반성을 늘어놓았다. 기업활력 약화 등으로 체감할 만한 혁신성장 성과가 부족했다는 것, 신성장동력 발굴도 지체되고 있다는 자책 등이 그것이다.

여권 일부에선 뒤늦은 규제혁신이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여당 의원은 "소득주도성장도 중요했지만 금융혁신 등 혁신성장이 늦어졌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혁신성장은 레토릭(수사)만 늘어놓은 것"이라며 "또 규제는 관료들이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인데, 이들에게 규제 혁신을 하라고 한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고 말했다.

어두운 지표만큼 궁색한 변명에 일각에선 문재인정부의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는 90%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완한다고 낸 통계들은 발표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며 "임금 이슈만 해도 기존 호봉제와 취업자·미취업자들의 현황 분석이 면밀해 돼야 하는데 단순히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구호로 때우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건희 기자

소득주도·혁신성장 '선순환' 고리 만드는 5단계
[문재인정부 성장노트] ⑤경제 선순환 목표 '소득증가→소비유도'·'투자증가→신산업육성’

[MT리포트] 변곡점 맞은 文정부... '네 바퀴 성장' 톱니를 맞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소득을 높여 내수를 증진하고 늘어난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을 촉진시키는 전략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인상 정책’과 ‘소비유도 정책’,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완충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혁신성장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침체된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정책이다. 신성장 산업이 태동될 수 있는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유도정책’과 기업들이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혁신환경조성’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현 정부 정책을 ‘한 눈에 보는’ 소득주도·혁신성장 로드맵으로 재정리했다.

[소득주도성장의 3단계]

◇소득 증가 = 대표적인 소득증가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2020년 1만원 달성’은 미뤄졌지만 ‘조기 달성’ 목표는 여전하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도 중요한 카드다. EITC란 일정액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 또는 사업자 가구에 대해 근로장려금을 세제환급의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생산적 복지정책 중 하나다. 정부는 단독가구(85만원→150만원)와 홑벌이 가구(200만원→260만원), 맞벌이 가구(250만원→300만원)에 대한 최대 지급액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밖에 정부는 실업급여 액수·지급기간 확대와 기초연금 확대 등을 통해 저소득층 소득을 높일 구상을 하고 있다.

◇소비 유도 = 늘어난 소득을 소비로 연결시키는 정책이다.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면 성장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깨질 수 있다. 다만 소비심리 등 경제주체의 심리를 되살리는 게 쉽지 않다. 직접적인 소비 유도책도 미흡하다. 무엇보다 정책 수단이 마땅찮다.

최근 자동차 소비세를 감면키로 한 게 그나마 내놓은 내수 진작책이다. 노후 경유차를 조기폐차하면 다음해 신차 구입 개별소비세를 70%(100만원 한도) 감면한다. 신차를 구입할 때 개별소비세도 인하한다. 또 소상공인·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방안도 추진한다.

◇부작용 완화 = 부작용 완화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늘어난 비용을 정부가 일정부분 충당해주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소상공인에게는 1인당 13만원의 인건비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3조원 범위 내에서 연내 지급하고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한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과 가맹사업법 개정,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은 높은 건물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높은 카드수수료를 막아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자는 정책이다. 영세자영업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혁신성장의 두 기둥]

◇투자 유도 = 창업의 출발은 아이디어지만 자금도 필수 조건이다. 투자유도정책은 초기단계에 있어 금융 지원을 받기 어려운 벤처중소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4조원 규모의 기금변경과 공기업 투자를 통해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벤처기업 모태펀드도 8000억원 이상 확대했다. 민간자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M&A(인수합병) 제도개선도 방안을 모색중이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위해선 신성장기술 R&D(연구개발) 세액공제 지원대상 확대 등을 검토한다.

◇혁신환경조성 = 투자 유도 정책이 자금을 마련해주는 정책이라면 혁신환경조성은 기업의 행동에 자유를 주는 정책이다. ‘마음껏 뛸 수 있게’ 한다는 것. 규제에 막혀 실용화되고 있지 못한 자율주행차 등이 대상이다.

핵심은 여당이 발의한 규제혁신 5법(행정규제기본법·금융혁신지원특별법·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진흥융합활성화특별법·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별법)이다.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제품 등을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규제 여부를 빠르게 확인해주는 규제 신속확인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원칙 등도 포함된다.

안재용 기자, 조준영 기자

학자들도 엇갈리는 소득주도성장
[문재인정부 성장노트] ⑥최저임금 인상 하나에만 매달린 소득주도성장…일부 학자는 "폐기해야" 주장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됐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15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최저임금 투표 결과가 적힌 칠판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재적인원 27명 중 사용자위원과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을 재외한 14명이 근로자위원안 8680원과 공익위원안 8350원을 투표한 결과 8표를 얻은 공익위원안 8350원이 최종 확정됐다. 2018.7.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됐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15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최저임금 투표 결과가 적힌 칠판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재적인원 27명 중 사용자위원과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을 재외한 14명이 근로자위원안 8680원과 공익위원안 8350원을 투표한 결과 8표를 얻은 공익위원안 8350원이 최종 확정됐다. 2018.7.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득주도성장'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좋지 않다. 방향성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방법론에 문제의식을 갖는다. 소득주도성장의 폐기까지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현주소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했으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제대로 안해서 그렇다고 본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옳은 방향인데 최저임금 인상 하나에만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보완적으로 했어야 하는 게 있는데 하지 않았다"며 "복지 증세를 하지 않았고 갑을 관계,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자영업자를 살리는 대책이 소홀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에 후속하는 조치들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전체를 좌우하는 것처럼 돼 버렸다"고도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을 이야기해왔는데 이 상태로 3%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규제와 투자 활성화를 건드리지 않으면 3% 성장률이 어려운데, 현재로선 정책기조 변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학자들의 진단처럼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로 하향조정했다. 2.8%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이상이지만, 정부 내부적으론 위기감이 감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일종의 '가불 정책'까지 발표할 정도다.

그러나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이론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지금도 안됐다"며 "고집을 그만 세우고 폐기한 뒤 새로운 경기 성장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노동시장 유연화"라며 "대기업의 국내 투자와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 방안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권혜민 기자

文정부 등 돌리는 자영업자…"우리 현실 몰라“

[문재인정부 성장노트] ⑦자영업자 위한 정부?…최저임금 부담↑ 임대료·카드수수료 대책 "글쎄“

8일 서울시내 번화가의 한 상점에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 해 폐업한 개인사업자 수가 84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단순 폐업률)은 무려 76%를 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사진=뉴스18일 서울시내 번화가의 한 상점에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 해 폐업한 개인사업자 수가 84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단순 폐업률)은 무려 76%를 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사진=뉴스1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들고 나오며 자영업자 등 서민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대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내수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 시행 등 노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카드수수료·가맹비 부담이 완화되는 속도에 비해 인건비 부담 가중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내수경기 활성화조차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편의점가맹점협의회 등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보완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카드수수료 인하, 프랜차이즈 가맹점 갑질 단속 등 정책들이 자영업자들에게 속 시원한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임대료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임대료 인상 상한율을 9%에서 5%로 낮추는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자영업자들은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은 바로 높아졌지만 임대료 대책으로 임대료가 낮아지지는 않았다"며 "심지어 건물주들은 정부 규제 추세를 읽고 이미 임대료를 높일 대로 높여놨다"고 토로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임대료 상한률이 개정되기 전인 2016년 3분기 서울 소재 주요상권 상가 임대료는 이전 분기 대비 9.3% 상승했다. 계약갱신 시에는 임대료 상한률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허점으로 작용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등 정책도 보완할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 초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8%로 인하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카드수수료를 매출구조로 산정하는 체계가 변하지 않아 편의점이나 주유소 등 이윤은 적고 매출만 높은 자영업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중소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율 책정 구간을 수정하는 등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실질적으로 부담 완화를 느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영업자 폐업률은 이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소상공인업종 폐업률(전체 업소 중 폐업한 업소 수)은 2.5%로 창업률(2.1%·전체 업소 중 창업한 업소 수)을 앞질렀다. 문 닫는 자영업자가 새로 생기는 자영업자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상황은 쉽게 바뀌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영업자·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자영업자의 75.3%는 경영상황이 '위기상황'이라고 답했다. '양호'는 2.3%에 불과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결과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도 눈에 띈다. 지난 1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7월 3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8.7%로 전 계층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여줬다. 6월 2주차 조사에서 66.8%를 기록한 뒤 연속 내리막이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현재 자영업자의 체감 경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 원인과 심각성을 모르니 대책들이 임시방편으로만 느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이해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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