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급화' 내세워 中 중원 도전 나선 韓 의료

머니투데이 정저우(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07.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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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억 허난성 성도 정저우에 한국계 건강검진센터 돌풍 이어
첫 성형병원 문열어… 허난성 최대기업과 합작, 고급화로 승부수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시 시내에 위치한 한국계 건강검진선터 '중평한일검진센터'와 성형병원 '중평JK'가 위치한 건물의 입구와 병원 간판 모습/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시 시내에 위치한 한국계 건강검진선터 '중평한일검진센터'와 성형병원 '중평JK'가 위치한 건물의 입구와 병원 간판 모습/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DNA 검사, 최첨단 장비를 사용한 영상 검사, 신체연령 진단 등의 전문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하루 건강검진에 500만 원을 받습니다. 제일 비싼 것은 800만 원까지 갑니다. 전체 평균 가격도 1111위안(약 18만5000원), 올해는 1350위안(약 22만50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현지 다른 건강검진센터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지만 고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7월 중국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인구 1억명의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의 시내 중심가에 한국계 건강검진센터가 성 최초로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도 최첨단 기기와 최고급서비스에 속하는 고급화 전략을 채택한 이 센터는 현지 시장에서 돌풍을 몰고 왔다. 개점한 이듬해인 지난해 손익 분기점을 돌파했고, 1만5000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올해는 2만5000명을 목표로 한다. 이 센터와 같은 건물에 지난 20일 한중합작 성형병원인 중평JK가 브랜드 발표와 함께 영업에 들어갔다. 이곳에 문을 연 첫 외국계 성형병원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성형 기술을 앞세워 건강검진 못지않은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한국 의료의 중국시장 진출이 내륙의 신(新) 1선 도시로 무대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시 시내에 위치한 한국계 성형병원 '중평JK'의 실내 입구 모습/사진 제공=중평JK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시 시내에 위치한 한국계 성형병원 '중평JK'의 실내 입구 모습/사진 제공=중평JK
◇만만치 않은 중국 의료시장…무턱대고 왔다간 필패

중국 정저우에 한국계 건강검진센터와 성형병원을 잇따라 건립한 곳은 중평한일(中平韓一)이라는 한중 합작기업이다. 한국계 투자회사인 BIC와 허난성 최대 기업으로 통하는 중핑(중궈핑메이선마, 中國平煤神馬)그룹의 직원 기금에서 만든 회사 중핑젠캉(中平健康이 각각 40%, 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15%의 지분은 중국인 우호주주가 갖고 있어 한국인 경영자가 경영 전반을 챙긴다. 중평한일의 최고경영자(CEO)인 김광복 BIC 총재(회장)는 "BIC는 중평JK를 오픈하면서 중국시장에서 한국의료 기술의 전파를 위한 교두보로, 허난성 정저우 의료시장에서 또 한번의 의료신화를 써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는 그동안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성형, 피부과 등 일부 전문과 외에는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고, 중국의 합작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1년 부터 중국 의료 시장의 문을 두드려온 유정원 중평JK 대표 원장은 "한국 성형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진출을 원하는 의사들이 많고, 실제로 진출을 시도했지만 직접 자본 투자를 해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중국의 경쟁사들이 '관시'를 이용해 과대 광고 등으로 공격하면 버텨내기가 힘들고 중국 합작 파트너들도 마음이 변해 배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기술력에서는 한국 의료가 상당히 앞서 있다. 중국에서는 의사가 한국처럼 인기 있는 직종이 아니고 사회적인 위상도 높지 않다. 그러다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가기를 꺼린다. 전문의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도 자리잡지 못했다. 이호균 중평JK 원장 "중국은 사회주의 의료 체제로 개원은 주임 의사 이상만 가능하다"면서 "대신 영리병원이 가능해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을 운영하고 의사는 그 밑에 고용되다 보니 의사들의 위상이 우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반면에 의료 시장 자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의료 미용시장은 급속한 성장기를 맞고 있다. 2013~2018년까지의 중국의료미용사업 투자 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래 중국 성형 및 뷰티 산업의 성장률은 매년 40%이상으로, 세계 평균성장률 7%를 훨씬 웃돌았다. 앞으로 5~10년 후에는 소비의 주력으로 올라선 젊은층들이 중년으로 진입하고 새로운 청년층이 추가돼 의료미용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7월20일 허난성 성도 정저우에서 열린 중평JK 브랜드 발표회에서 CEO인 김광복 BIC 총재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중평JK지난 7월20일 허난성 성도 정저우에서 열린 중평JK 브랜드 발표회에서 CEO인 김광복 BIC 총재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중평JK
◇고급화 + 중국 맞춤형으로 승부…허난성 최대 기업과 합작

중평JK는 허난성 정저우시 최중심지인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안에 약 1500㎡ 규모로 중국 최고의 전문 수술실, 피부관리실, 자문실, 스파, 전문 성형 치과, 피부과, 전문치료실, 집중치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술실의 경우 설계, 자재, 시공 등을 모두 한국의 전문 기관을 통해 공수해 완성했다. 의료와 행정 인력 전원은 지난 1년 간 한국의 JK성형외과, 고려대학교 병원 등 한국의 의료기관 등에서 장기간 업무 교육을 수료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성형외과 전문의 유정원 원장이 상주하고, 피부과 전문의 이호균 원장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지원한다. 김 총재는 "건강검진의 경우 최신 설비와 서비스로 현지의 다른 업체들보다 2~3배 이상 가격을 받고 있지만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면서 "중평JK도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중평한일의 도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 의료가 중국 시장에서 실패했던 취약점을 상당히 보완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우선 탄탄한 중국 파트너를 잡았다. 일부 예외인 지방정부가 있지만 중국에선 외국 자본 단독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없다. 중국 시장 내에서의 네크워크, 영업력 등이 파트너의 공신력이나 영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김광복 총재는 "중핑그룹은 허난성 1위 기업이자, 중국 100대 기업에 속한다"면서 "석탄 등 에너지가 주력이지만 최근 의료쪽으로 확장하고 있어서 허난성에만 53개의 병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영 환경과 문화 잘 아는 CEO가 있는 것도 강점이다. 김 총재는 지난 2002년 한국의 우리금융과 한솔창투가 중국 금융기관 CITIC과 함께 중국에 설립한 첫 한국계 벤처캐피털 중신미래창투의 대표를 역임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20년 가까이 활약해온 중국 전문가다.

아직 경쟁이 수월한 신(新) 1선 도시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정저우의 경우 인구는 1000만 명(상주인구 972만명)에 육박해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성형병원 수는 185개로 서울의 2000개보다 훨씬 적다. 185개 중 규모가 큰 병원은 그나마 43개에 불과하다. 1인당 소득 수준도 지난해 기준으로 1만4000달러까지 올라왔다. 김 총재는 "한국과 성형 의료비용 지출 수준은 비슷하지만 의료 인력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수익성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유 원장은 "중국 의료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무턱대고 들어왔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라며 "탄탄한 중국 파트너, 경험과 능력을 갖춘 한국 경영자, 성장하는 정저우 시장을 보고 합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시에 문을 연 한국계 성형병원 중평JK의 유정원 대표 원장/사진=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시에 문을 연 한국계 성형병원 중평JK의 유정원 대표 원장/사진=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中서 고전하는 韓 제조업…서비스 산업 돌파구 될까

한국 의료의 중국 시장 도전은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조업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돌파구로서도 의미가 있다. 중국 제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우리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의료, 교육, 콘텐츠 등 서비스 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행중인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 투자 후속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 서비스 시장의 접근성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서정학 코트라 정저우무역관 관장은 "상품 수출도 열심히 해야하지만 대안으로 서비스업 진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면서 "서비스 분야 가운데는 의료가 가장 유망하고, 교육 분야도 중국시장에서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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