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허위취업, 둘째는 취업청탁?… "정치 냉소 우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7.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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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MB, 자녀 허위 취업 파동… "허위 취업이나 취업 청탁 등의 행태, 정치인 믿지 못하게 해"

왼쪽부터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머니투데이, 뉴스1왼쪽부터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머니투데이, 뉴스1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딸의 허위취업으로 입길에 올랐다. 이전에도 거물급 정치인들이 탈세 등의 목적으로 자녀를 허위취업시킨 바 있는 데다 자녀 취업청탁 소식도 빈번히 들리는 터라 정치에 대한 냉소나 무관심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거물 정치인 자녀는 일 않고도 취업해 '탈세'… "공인의식 부족"



지난 18일 한 매체는 김 의원의 장녀 A씨가 시아버지 소유주인 부산의 한 조선 기자재 업체에 허위 취업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차장으로 이름을 올린 뒤 5년 반 동안 총 3억9600만원을 수령했다. 실수령액이 매달 300만원에 달하지만 실제 출근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김 의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곱지 않다. 거물 정치인 자녀의 허위취업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보시절 자녀 허위취업으로 한 차례 파문을 겪었다. 이 전 대통령의 큰 딸과 아들 두 자녀는 2007년 3월부터 11월까지 그의 빌딩 관리업체에서 8800여만원의 급여를 타갔다. 특히 딸은 미국에서 생활 중이기에 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두 자녀에게 지급된 임금을 회사 경비에서 제외함으로써 빌딩관리업체의 임대소득을 누락, 소득세 3900만원과 주민세 300만원을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미납 세금을 국세청에 일괄 납부했다. 또 "아들에게는 올 3월부터 건물 관리를 맡겼으며 딸은 결혼 이후 직장이 없어 집안건물 관리를 돕게 하고 생활비에 보탬이 될 정도의 급여를 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딸이 남편을 따라 유학가는 동안 직원 명부를 정리하지 못한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진보 진영을 비롯, 같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김현미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검찰에 출두해 해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국민을 모독했다"고 말했다. 보수 측 이회창 당시 무소속 대선 후보는 "위장취업은 정직성, 신뢰성과 직결된 문제로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이 사회의 정직성과 도덕성의 문제에 바로 걸려 있다"고 비판했다. 이혜연 캠프 대변인도 논평에서 "위장취업의 일상화는 경비절감을 위해 탈법과 불법을 마다않는 행동"이라면서 "공인의식을 갖췄는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정치인 자녀 취업청탁… '현대판 음서제'에 국민적 공분

정치인들의 공인의식에 의심이 가는 부분은 또 있다. '허위취업' 보다 빈번한 '취업청탁'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외치는 정치인들이 자녀나 친인척의 취업을 청탁하는 행동은 국민적 공분을 낳으며 현대판 음서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2015년 윤후덕 당시 새정치연합의원과 김태원·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은 로스쿨 출신 자녀를 대기업과 정부기관 등에 변호사로 취업청탁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받았다.

윤 의원은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고, 김 의원은 당 윤리위원회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이 의원은 서울지방변호사회 측이 "이 의원의 딸이 취직한 기업은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이 의원의 딸을 추천해 공고 없이 채용했다고 해명했지만, 근무하는 변호사 6명 중 5명이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사실에 비추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성명을 내는 등 끊임없이 비판받았다.

김무성 의원은 앞서 2013년 8월 차녀가 수원대 디자인학부에 최연소 전임교수로 임용될 당시에도 자제 취업청탁 의혹을 받았다. 지원 당시 김 의원의 차녀는 박사과정 수료상태여서 사실상 '석사학위 소지자'였기에 수원대의 지원자격인 '교육 또는 연구(산업체) 경력 4년 이상'이 있어야만 했다. 차녀는 2009년 2학기부터 2013년 1학기까지 상명대와 수원대 등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시간강사의 교육경력은 50%만 인정한다'는 수원대의 교원경력 환산율표에 따라 교육경력도 부족했다.

이외에도 2009년 9월 당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FTA통상 전문인력'을 공개모집하고 그의 딸을 특별채용해 큰 비판을 받았다. 특히 추후 조사결과 외교통상부는 유 장관의 딸을 특채하기 위해 응시자격 요건과 시험방법까지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자녀의 허위취업이나 취업청탁이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적 태도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태곤 정치평론가는 "정치인 자녀의 허위취업이나 취업청탁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을 강화해 정치적 무관심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김무성 의원은 본인이 직접 허위취업에 나선 게 아니라 딸이 시아버지 회사에 허위취업을 한 것이므로 본인 해명대로 그 사실 여부는 몰랐을 수 있다"면서 "만일 그렇다면 일종의 연좌제로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같은 일들은 일종의 꼼수나 반칙으로, 사회 지도층들이 사회 모범을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꼼수를 쓴 것이므로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정치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정치 불신도 강화된다"고 말했다. 그 역시 "김무성 의원이 딸의 허위취업을 몰랐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보다 감정적인 문제다. 흔히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국민은 이런 의혹이 불거진 것 자체로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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