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원천기술 위해 스타트업이 달린다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2018.07.18 17:35
글자크기
"띠리리링 띠리리링 아침 6시입니다." - AI 스피커
"음... 10분만 더 잘게." - 사용자(잠이 덜 깬 발음)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 AI 스피커
"10분 이따 '다시 나' 깨워줘." - 사용자(잠이 덜 깬 발음)
"'다낭'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다낭은 베트남의 상업 도시로 기후는..." - AI 스피커
"......"

AI(인공지능) 스피커와 나 사이의 '불통'. 내 마음을 몰라줘도 너무 몰라준다. 사용자들은 종종 음성 인식을 못하거나 맥락 없이 갑자기 엉뚱하게 치고 들어오는 스피커와 마주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의 AI 스피커와 챗봇 등 Q/A(질문·답변) 시스템은 상당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다. 예상되는 수많은 질문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입력하는 방식이다. 스피커가 종종 '아무말 대잔치'를 하거나 구체적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이유다.

AI와 내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까. 최근 AI 엔진 스타트업 사이에서 '언어 또는 상황 맥락'을 이해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상황 인지 AI 비서

상황 인지 AI 비서 '큐' 활용 예시 화면/사진제공=스켈터랩스상황 인지 AI 비서 '큐' 활용 예시 화면/사진제공=스켈터랩스


스켈터랩스(대표 조원규)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맞춰 스케줄, 라이프스타일 등을 챙겨주는 AI 비서 '큐'(Cue)를 개발 중이다.

이때 음성 명령으로 무언가를 묻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해준다'는 게 눈에 띈다. 일례로 날씨를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마스크나 우산을 챙기라고 알려준다. GPS(위치정보시스템)에 기반,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식당을 제안하기도 한다. 약속 시간은 미리 안내한다.


이 같은 기술 개발이 가능한 배경에는 스켈터랩스가 △대화 △이미지·영상인식 △맥락 인식 등 넓은 개발 풀을 갖춘 AI 엔진 회사라는 점이 작용한다. 일찌감치 남다른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100억여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스켈터랩스 측은 "하나의 제품·솔루션을 출시하는 것 자체보다는 기술을 더 생각한다"며 "오래 걸리더라도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AI 엔진은 당장 폭발적인 매출을 견인하긴 어렵지만,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확장성이 높은 AI 기술이 해당 산업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 역사 지식도 척척.. 딥 시맨틱 Q/A
MRC(딥러닝 기계 독해) 전문 업체 포티투마루(대표 김동환)는 최근 AI 엑스포에서 열린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의 딥 시맨틱 Q/A 협업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학습·지식베이스를 토대로 질문과 답변, 제시문을 반자동으로 구축해냈다. 쉽게 설명하면 사람이 주어진 독해 지문을 이해하고 질의에 답을 하는 것처럼 이를 기계가 할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인 Q/A 챗봇에 "한글을 만든 사람은"이라고 물으면 "세종대왕"이라고 답변하지만, "한글을 만든 해"나 "신민회가 정주에 설립한 학교는"이라는 구체적이고 조건부가 달린 질문은 답을 내리지 못한다. 반면 딥 시맨틱 Q/A상에서는 가능하다. 여러 문장으로 구성된 긴 글에서도 문장 성분(주어, 목적어, 관형어 등) 간 관계를 인지해 답을 추론한다.

포티투마루는 해당 기술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스타트업 챌린지 2018'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엔 미국 및 유럽 수위 엑셀러레이터 '테크스타즈'의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해외 시장 진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가 최근 열린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딥 시멘틱 Q/A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가 최근 열린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딥 시멘틱 Q/A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 "국내 AI 기술 발전 위해선 정부·기업 공조해야"
국내 AI 산업계에서의 핵심 여론 중 하나는 바로 '위기의식'이다. 2017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기술 수준이 미국보다 2.3년 떨어지고, 중국보다 특허 건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가까운 중국 내 투자 환경에 대해서 부러운 눈길을 보내지만 핵심은 보다 본질적인 '생태계'에 포커스를 맞추는 모습이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 간 기술 공유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NIA와의 지식 베이스 기반 '딥 시맨틱 Q/A'도 AI 이노베이션 오픈 허브를 통해 민간에 오픈됐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했다.



이호진 스켈터랩스 매니저도 "국내 AI 기술이 고도화되지 않은 건 맞지만 인력 투자와 정부 지원, 기업 간 협력이 맞물려 '커다란 에코시스템'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한국 AI 엔진 업체로서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어려운 언어로 평가받는 '한국어'의 특성을 반영한 AI 개발은 국내 기업의 손에 달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