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남 블루필 대표/사진제공=블루필
김강남 블루필 대표(36·사진)는 삼성전자에서 R&D(연구·개발)를 담당하는 DMC연구소(현 삼성리서치) 출신 ‘삼성맨’이었다. 회사생활에 불만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8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생진로를 재설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삼성전자의 C랩이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도 있었다. 김 대표는 도전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레드오션’에 먼저 도전하고 싶었다”며 휴대용 선풍기를 출시한 배경을 밝혔다. 신생기업으로서 제작, 유통 등 미숙한 게 많은 만큼 이미 시장·소비자가 형성된 시장에서 먼저 경험을 쌓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공기청정기의 핵심인 소형화한 ‘팬·모터·필터’ 기술 중 팬·모터 2개만으로 먼저 선보일 수 있는 제품이기도 했다. 100가지의 시제품을 설계하고 40여가지의 기성제품과 비교한 뒤 블루필의 휴대용 선풍기가 탄생했다.
반응이 대박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펀딩 주문량을 8명의 직원이 ‘생산-배송-AS(고장수리)’까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밤을 새우며 일했지만 배송지연 등 문제가 발생했다. 김 대표는 “시장에 뛰어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했다”며 “많이 죄송한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착오를 겪은 블루필은 현재 온라인몰과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매장에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제3기관 인증과 자체 체임버를 통한 실험을 마친 휴대용 공기청정기는 내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
김 대표는 블루필의 최종목표가 선풍기나 공기청정기에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루필의 철학은 ‘익숙한 불편함을 편리하게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의 김서림, 화장번짐, 답답함 등 ‘익숙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휴대용 공기청정기 아이디어가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결국 블루필의 원천기술은 불편함에 대한 무궁무진한 불만과 아이디어”라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