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제한, 첨예한 대립…"싹쓸이 압수 안 돼" vs "진실발견 중요"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18.07.1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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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이주의법안]'압수수색 최소화법'…인권과 정의, 가치 충돌

압수수색 제한, 첨예한 대립…"싹쓸이 압수 안 돼" vs "진실발견 중요"


과도한 압수·수색을 제한하고 압수의 범위를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압수·수색의 대상인 기업 등은 과도한 수사행위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피의자의 범죄행위 관련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압수·수색 대상 부서는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와 서류 등 모든 것을 압수당한다. 피의자가 예측할 수 없도록 진행하는 압수·수색의 특성상 업무에 필요한 필수 자료를 미리 백업해 놓기도 어렵다. 컴퓨터와 서류를 압수당한 부서는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실제 지난해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금융공기업의 한 부서는 일주일간 업무가 마비됐다. 업무에 필요한 자료가 모두 컴퓨터에 저장돼 있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보안상 자료를 백업해두지도 못했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불만도 있다.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자료를 통해 당초 혐의가 아닌 다른 죄목으로 기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행위'에 대한 수사가 아닌 '사람'에 대한 수사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대상이 되는 범죄에 한정해서 행해지는 게 옳은데 일단 싹쓸이를 해놓고 특정했던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하면 다른 것을 활용한다"며 "압수·수색 영장에 기록되지 않은 목적에 대해서 법이 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까지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압수·수색을 다른 범죄를 밝히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영장주의라는 법의 정신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A라는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놓고 해당 범죄사실은 증명하지 못하면서 B라는 혐의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범죄도 아닌데, 설사 피의자가 다른 범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맞다”면서 “싹쓸이 식으로 가져간 자료를 증거를 내세우며 새로운 범죄사실이 있었다고 발표하는 건 법의 정신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피의자의 사생활 문제도 있다.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경우 피의자의 가족들이 공포에 떨게 되는 등 부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압수·수색은 증거를 찾기위한 '최소한'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치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은폐하거나 폐기하려는 의도가 강한 피의자를 상대로 하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범위를 임의로 한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법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짧은 시간동안 증거를 수집해야하는 수사 담당자들이 어떤 자료가 증거가 될 지 안 될지를 사전적으로 파악해야 된다는 얘기인데 그 정도면 압수·수색이 불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다른 범죄 증거를 합법적인 증거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적법절차의 보장'과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두 추는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의구현의 관점에서 발견된 증거를 활용하는 것은 수사기관으로서 당연한 의무란 지적이다.

박민우 경감(법학 박사)은 '수사기관의 압수에 있어 관련성 요건의 해석과 쟁점에 대한 검토' 연구보고서에서 "발부된 영장의 효력범위 해석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할 경우 적법절차의 보장과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양대 이념에서 적법절차 쪽으로 지나치게 쏠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 수사관의 인식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관련성을 판단한다면 영장집행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실무를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같은 해석이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압수수색 관행을 조장한다거나 영장주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걱정도 기우에 불과하다"며 "관련성과 관련된 의문이 제기되면 재판과정에서 증거능력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은 최대한 보수적인 시각에서 영장집행을 운영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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