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성체 훼손 사건' 바라보는 가톨릭 신자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7.11 15:08
글자크기

비판 여론 거세… 처벌해달란 주장도

지난 10일 워마드 사이트에 '예수 XXX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게시된 사진./사진=온라인커뮤니티지난 10일 워마드 사이트에 '예수 XXX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게시된 사진./사진=온라인커뮤니티


남성 혐오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회원이 천주교회의 '성체'를 훼손한 가운데 가톨릭 신자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지난 10일 오전 워마드에 '예수 XXX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에는 가톨릭에서 예수의 몸이라 여겨 신성시하는 성체에 비속어로 낙서를 한 뒤 성체를 불로 태워 훼손한 모습이 담겼다. 그는 "부모님이 천주교인이라 강제로 끌려가 성당에 가서 성체를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억압하는 종교들 다 꺼져라"면서 "최초의 인간이 여자라고 밝혀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아담의 갈비뼈에서 여자가 나왔다는 소리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를 못하게 한다. '낙태죄 폐지는 절대 안 된다'고 하며 여성인권 정책마다 반발하기도 한다"면서 "천주교를 존중해줘야 할 이유가 어디있나"라고 덧붙였다.



'성체'는 천주교회에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일컫는다. 축성된 빵의 형상을 띠는데, 천주 미사 때 성체를 받아 모시는 행위를 한다. 성체는 신성시 여겨져 조심스레 다뤄지며 의식을 거행하기 1~2시간 전에는 금식이 원칙이다.

성체 훼손 소식에 가톨릭 신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부 최모씨(54)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가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행동을 보였다"면서 "부모가 예전에 억지로 성당에 데려간 데 대해 반항심이 있었고 이를 이렇게 풀이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극단적 행동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외국어 강사 정모씨(58)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런식으로 의견 표출하는 건 테러리스트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종교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가톨릭을 비판한, 비판을 위한 비판 같다"고 밝혔다.

직장인 남모씨(36)도 "성체는 단순히 빵 조각이 아니라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뜻한다. 각자 뜻을 드러내는 건 얼마든지 좋은 일이지만, 극단적 혐오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건 미성숙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처벌을 요구하는 신자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조모씨(29)는 "한 종교의 성물을 훼손한 것이 우려스럽다. 세계 도처에 가톨릭 신자가 있는 만큼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모씨(28)도 "이번 '성체 훼손 사건'에 해당하는 죄목이 적절하지 않다고 들었다"면서도 "처벌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이 하는 일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부 김모씨(50)는 "가톨릭 신자지만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들이 하는 행동 및 말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