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 관치 논란에 후퇴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8.07.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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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연금 관치 논란에 후퇴하는 스튜어드십코드


"이 지경까지 됐는데 국민들이 가만히 있는 게 신기할 정도죠."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한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본인도 국민연금 CIO(기금운용본부장)에 지원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단칼에 거절했다며, 우스갯소리지만 그냥 넘길 수 없는 뼈있는 말도 했다.

국민들의 노후를 위해 630조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장기 표류하고 있다. 본부를 이끌 수장 자리는 1년째 공석이고, 그럼에도 별로 영향이 없을 것 같았던 조직도 곳곳에서 누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CIO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달부터 실행하기로 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로 불똥이 옮겨붙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7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26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 회사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의 방만 경영을 견제하고 정당한 주주권 행사로 국민들의 자산을 지킨다는 애초 도입 취지와 달리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마련한 스튜어드십코드 운용 지침 초안에는 경영 참여 와 주주대표 소송 제기 등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 행사 내용은 모두 빠졌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 경영에 개입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CIO 선임과 관련한 관치 논란으로 국민연금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일단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기금위 의결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완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전에 기금운용본부의 투명성과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일이 먼저다. 재공모 절차에 돌입한 CIO 선임이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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