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되짚어보면 연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연임을 포기하는 순간 ‘떳떳하지 못하다’고 자인하는 꼴이 된다. 용감무식하단 의심이 차라리 낫다. 외부세력의 포스코 흔들기에도 누군가 맞설 필요가 있었다. 외풍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안팎 세력의 존재가 늘 골칫거리였다. 결과적으로 그의 연임 성공은 ‘떳떳함’에 더 무게를 실어줬다.
그 단초를 읽을 수 있는 것이 후임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후임자 ‘최정우’는 가장 무난한, 논란이 없는 선택이다.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많은 세력은 보기 좋게 물을 먹었다. 그들은 여전히 “최정우는 권오준의 방패막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내가 밀었던 사람이 안 돼서 짜증난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정의로 포장된 욕심이다.
권오준 입장에서는 만일 자신에게 어떤 과오가 있었다면, 게다가 후임자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다면, 외부의 힘 있는 세력과 손을 잡고 ‘과오와 후임자를 맞바꾸는’ 딜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정우는 오히려 그가 공격당하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힘 있는 외부의 세력, 그 힘을 이용하려는 내부의 세력은 ‘차기 최정우’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이어갈까. ‘정권의 전리품’이란 치욕스런 꼬리표를 달고 다닌 포스코에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유일한, 최대 리스크다.
흥미로운 것은 정치권이나 외부 세력의 연이은 공격을 ‘KT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로 해석하는 또다른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어차피 게임이 끝났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권오준-최정우 커넥션” “내부 짬짜미” 운운하는 것은 ‘포스트 황창규’를 겨냥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황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수세에 몰려 있다. KT에선 원치 않는 시나리오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후임자 선정에 나서게 될 KT 사외이사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 얘기다. 이들의 불순한 해석대로 포스코를 흔들어 KT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전리품’의 역사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