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기획처장./사진제공=한국예술종합학교
"평화를 주제로 DMZ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로 다가온 것 같았어요.“
'평화=쉽고, 재밌고, 즐거운 것'이라는 공식을 음악이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이번 축제 슬로건도 '평화는 쿨하게, 음악은 힙하게'라 정했다"고 말했다.
엘본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DMZ의 매력, 축제의 취지 등을 열정적으로 '광고'한 덕에 글로벌 아티스트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강원도, 서울시, 문체부가 힘을 보탰다. 영국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 출신 글렌 매트록을 비롯해 제노비아(팔레스타인), 미츠메(일본), 폼 비푸릿(태국) 등 해외 뮤지션과 강산에·이승환·장기하와얼굴들·크라잉넛·안무가 차진엽 등 국내 유명 아티스트들의 자발적 참여로 가속도가 붙었다.
보통 음악 축제의 반도 채 되지 않는 예산과 준비 기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DMZ페스티벌'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건 다른 축제와 차별되는 '메시지'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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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도 평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은 나다'라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소위 '메가톤급' 아티스트가 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메시지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축제와 가장 큰 차별점이죠."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기획처장./사진제공=한국예술종합학교
이 위원장은 "DMZ는 그간 남북의 심각한 상황을 상징하는 곳이지만, 물리적 거리와 장소의 개념을 떠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편견을 갖고 있던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DMZ가 있었던 게 아닐까"라며 "'페스티벌 온 더 로드'(길 위의 페스티벌) 개념의 축제를 기획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평양에서도 할 수 있고, 평화를 외치는 음악인·운동가들이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런던까지 가는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비전 2030'(정부의 새 문화정책) 준비단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이 위원장은 "대치된 상황 속에서 대화의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드는 것이 '문화와 예술'의 역할"이라며 "다만 정치·경제·군사적 대립을 해소하는 수단과 방법 만으로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하고,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그동안 격차가 벌어진 남북 문화의 일상이 서로 어색하지 않게 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주도하는 경직된 문화교류보다 민간 영역에서 기획되는 행사들이 많아져야 좀더 자유로운 문화 교류가 활성화 될 거예요."
DMZ페스티벌이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거라는게 이 위원장의 기대다. DMZ를 가로질러 평화를 향해 달리는 열차는 시동이 걸렸고 서서히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