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선거 '참패' 직후에도 '보수vs중도' 정체성 논란 'ing'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8.06.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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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유승민 '보수 재건 위해 ' vs 손학규 '중도의 가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거리에서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 손학규 상임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유세장을 향해 걷고 있다. 2018.6.3/뉴스1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거리에서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 손학규 상임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유세장을 향해 걷고 있다. 2018.6.3/뉴스1


바른미래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14일, 다시금 '정체성'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이 과연 '보수'냐 '중도'냐의 싸움이다.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은 합당 전부터 '동상이몽' 이었다. 올초 두 당이 합당 급물살을 탈 때도 유승민 전 대표는 대북정책 등에서 정체성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의당의 ‘입장 정리’를 요구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어떻게 다 같을 수 있냐. 충분히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며 정면충돌을 피해왔다.



합당한 지 122일이 지난 14일 유승민 대표는 선거 패배의 결과를 책임지고 사퇴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보수'를 강조했다. 유 공동대표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보수 재건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처절하게 무너진 보수 정치를 어떻게 살려낼지. 보수의 가치와 보수정치 혁신의 길을 찾겠다"며 "보수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날까지 저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간 정체성 갈등 문제도 인정했다. 유 전 대표는 "당이 통합한 뒤 화학적 결합이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정체성의 논란이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꼭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호남 중진의원들이 선거운동기간 중 바른미래당을 '보수당' 이라고 표현하는 걸 비판 한 점에 대해서도 "정체성의 한계를 극복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손학규 전 대표는 '중도'를 못막았다. 안철수 서울지장후보 캠프인 '미래캠프' 해단식에서 "과거 낡은 보수는 소멸한다는걸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새로운 중도 개혁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 비록 이번선거에서 완패했지만, 그 씨앗은 뿌려져있고 어떻게 뿌리 내릴것인가가 우리의 과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도개혁세력이 어떻게 모여서 이 나라 정치를 바르고 새롭게 꾸려나나갈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준비 과정부터 당내 계파갈등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후보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안철수 vs 유승민' 대립 구도는 지방선거 참패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적극 나선 안 후보도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특히 송파을 공천을 두고 손학규 전 대표를 전략공천하자는 안철수측과 경선 결과에 따라 박종진 후보를 내야한다는 유승민측의 대립은 일주일 이상 지체됐다. 당내 내홍이 연일 논란으로 보도되면서 안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유일한 '필승 카드'라 믿었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여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국당에도 밀려 3위에 그쳤다. 이번에는 당시 대선 득표율(22.7%)보다 더 낮은 19.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결국 바른미래당은 서울시를 포함한 17개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남겨진 바른미래당은 당내 '정체성 확립' 여부에 따라 당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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