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의 등장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간 무역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출발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대중 무역 적자가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며 대선기간 중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진통도 있었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백악관 참모들의 견제로 NTC는 NEC 산하의 무역제조업정책국으로 강등됐다. 나바로 위원장도 국장 자격으로 콘 위원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올해 2월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 나바로 국장을 면담한 뒤 상황이 반전됐다. 무역제조업정책국은 NEC에서 분리돼 독립성을 갖게 됐고 보호무역정책에 반대하는 콘 위원장은 미국이 올해 3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을 겨냥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자 사임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내부 정비를 마친 미국은 빠르게 움직였다. 올해 1월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 가드 발동 발표로 몸을 풀더니 3월8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3월 22일에는 5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기업의 투자 제한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행위를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를 동원했다.
중국의 반격도 시작됐다.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3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12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통상 301조에 따른 관세 공격에 대해서도 똑같은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품 등 106개 품목에 25% 관세부과로 대응키로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등을 보복의 주 타깃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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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칠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 지난 4월5일 추가적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토록 지시했다. 앞선 500억 달러 규모 관세를 합치면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총액 5060억 달러의 30% 이상이 고율 관세 사정권에 드는 셈이다. 4월16일에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 징계를 내렸다. 퀄컴과 인텔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전제 부품의 20~30%에 달하는 핵심 부품을 공급받는 ZTE로선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양측은 대규모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기 임박해서야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협상단이 5월3일 베이징에 도착해 류허 중국 중앙위 정치국원 겸 국무원 부총리가 중심이 된 중국 대표단과 협상을 벌였다. 전망은 불투명했고 결과도 그랬다. 일부 공동 인식이 있었지만 시각차가 큰 것도 확인했다는 간략한 내용만 공개가 됐다. 2차 협상은 장소를 바꿔 워싱턴에서 열렸다. 여기서 전격적인 합의가 나왔다. 중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상당폭 줄이고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등 조치를 취하는 데 합의하고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협상을 이끌었던 므누신 장관과 류허 부총리는 각각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양국이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끝을 모르고 달리던 두 열차가 멈춰선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2차 협상 합의 직후 "불만스럽다"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미국은 3차 후속 협상을 앞두고 당초 발표했던 500억 달러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말을 바꿨다며 반발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3차 협상이 잘 될 리 없었다. 양측은 지난 2~3일 이틀간의 협상을 합의문도 없이 종료했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를 되돌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중간 무역 충돌이 단번에 해소되기 힘든 사안으로 보고 있다. 고착화돼 있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미중간의 패권 경쟁 등 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이 되는 데다 단기간에 결판이 날 이슈들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