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협상 일지/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 발표를 받은 것은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위해 백악관을 나서던 중 기자들에게 "그것(북미정상회담)은 심지어 12일에 열릴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지금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 전 북한이 최근 성명에 분노와 적대감을 보인 데 따라 지금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고 말한 데서 180도 바뀐 입장이다.
상황을 최악의 국면으로 급격히 몰아넣더니, 상대의 반응에 따라 이내 협상에 복귀하는 예측불허 결정이다. 분명 리스크가 큰 방식이다. 상대가 호응하지 않으면 판이 완전히 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절묘하게 벼랑끝을 벗어나며 결과적으론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냈다.
문재인 대통령 등 한국정부도 북미 정상간 직접적 대화와 소통을 촉구하며 파국을 막고자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이런 상황을 바랐던 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협상술로 세계, 특히 남북한과 관련국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다. 앞서 북미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를 결정했다면서도 곧 발표할 것이라며 며칠간 뜸 들이기도 했다. 사업가이자 언론을 잘 아는 방송 제작자·진행자로 쌓은 내공도 한 요인이다. 처음부터 이런 '드라마'를 구상한 것 아니냔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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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급격히 바뀌는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논의에 또 한 번 불확실성을 안겼다.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는 신호는 다행이지만 이런 식이면 언제 다시 회담불가로 돌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비핵화, 정전협정, 평화체제 구축 등 문 대통령이 구상한 평화 프로세스가 전진하기 위해 앞으로도 험난한 여정이 남았다. '트럼프 월드'(트럼프의 세상)가 이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5일 "오늘 추가 입장발표는 없다"고만 말했다. 그럼에도 다행스럽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보겠다는 뜻도 깔려 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청와대는 '트럼프 편지'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번영과 평화를 바란다"며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