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총장 '수평적 소통' 리더십, 수사외압 논란에 흔들

뉴스1 제공 2018.05.17 17:50
글자크기

검찰 내 수직문화 개선 시도…"주요 결정 외부 심사 맡겨 논란 자초" 지적도
文, 법률가 소신도 강조…민감한 사안 법리 검토 필요

=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5.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5.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강원랜드 수사 외압 사건과 관련해 검찰 후배들이 검찰총장을 겨냥해 공개적인 이의 제기를 쏟아내면서 검찰 안팎에서 문무일 검찰총장(57·사법연수원 18기) 리더십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일부 검사들이 주장하는 '수사 외압'의 실체 유무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논란까지 이르게 된 데 있어서, 총장이 주요 결정을 외부 심사에 넘기는 등 과도하게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이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문 총장은 이에 대해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지휘방식을 적용하는 데 따른 과도기적 진통으로 보고 있다.

17일 대검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 수사단(단장 양부남 검사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혐의(직권남용 등)로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51·22기)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52·21기·전 춘천지검장)을 기소하기로 한 데 대해 법리적 쟁점을 점검하기 위해 꾸려진 전문자문단이 18일 심의 결과를 내놓는다.



당초 수사단은 김우남 부장 등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리고 교수, 기자 등 검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심의를 받겠다고 대검에 요청했지만 문 총장은 '엄밀한 법리 검토 필요성'을 이유로 외부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자문단' 심의를 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단은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철회하고 수사단 책임 하에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문 총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치도록 하면서 '수사지휘권' 행사 논란이 빚어졌다.

과거 총장들과는 결이 다른 이 같은 지휘 방식은 시대적 변화에 대한 문 총장의 신념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문 총장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민주화 시대에 검찰이 피할 수 없는 변화과정이란 맥락에서다.


대검 핵심 간부들의 말을 들어보면 문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까지도 권위적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고, 실질적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아 토론이 안 되고 수직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는 현실 판단을 갖고 있다.

문 총장은 민주주의 시대에 맞춰 수평적 의사소통 문화로 빠르게 바뀌어 가는 시민사회와 달리 여전히 수직문화에 갇힌 검찰을 이대로 두면 사회적 부조화가 발생하는 만큼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일선 검사들의 내부 의혹 폭로 역시 이러한 수직적 검찰 문화가 초래한 측면이 있는 만큼 수평 문화로의 변화 없이는 재발할 수밖에 없으니 이번 기회에 검찰의 조직문화를 바꿔 조화를 이룰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문 총장은 지난 14일 대검 월례간부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서지현·안미현 검사 폭로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서 다음 회의까지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다음 회의에서는 간부들에게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숙제를 내줄 요량이라고 한다.

수평문화에 대한 문 총장의 생각은 일선 검사들의 기자회견 허용 여부에도 반영되고 있다. 일선 검사들의 기자회견 허용은 소속된 지검장이 판단해 결정하게 되는데 보통 지검장들은 총장에게 의견을 물어보게 된다. 이때 문 총장은 웬만하면 허가해주라고 하는데도 지검장이 불허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란다.

수평문화에 대한 문 총장의 의지는 19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당시 김태정 총장 퇴임 서명을 문 총장이 주도한 적이 있을 만큼 오래된 소신이기도 하다.

검찰의 사건 수사와 기소에 대한 상급자나 지휘부의 지시·지휘 등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제도 역시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문 총장이 적극 수용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결국 '외압' 의혹을 사고 있는 문 총장의 이번 강원랜드 외압 수사 처리 방식은 이러한 문 총장의 신념에서 비롯한 불필요한 오해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강원랜드 수사 외압 기소 여부에 대한 전문자문단 심의도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바랐던 강원랜드 수사단의 요구를 시작으로, 상호 의견 교환을 통해 결국 수사단의 의견이 일부 반영되면서 검찰 내부 인사들이 외부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에 맡기기로 된 경우다.

이와 관련, 문 총장은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진 다음날인 16일 아침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과정도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문 총장의 또 다른 신념은 검찰 수장으로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모든 사건을 법리로 판단하겠다는 의지다. 법률가로서의 소신으로 이번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서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과거 전례상 재판에서 무죄가 나기 십상인 직권남용 혐의여서 법리적 다툼의 소지가 큰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은 판검사 출신 교수·변호사로 구성된 전문자문단 판단을 구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수사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면 몰라도 수사단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이 들어오면서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들여다보니 법률가로서 추가 법리 검토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문 총장은 18일 예정된 전문자문단의 법리 판단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랜드 수사단이나 문제를 제기했던 검사들이 전문자문단의 판단 결과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