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1300명 잡은 베테랑 "호기심? 인생 파멸"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18.04.2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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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한민국 1호 마약 전문수사관, 김석환 서울 광수대 마약1팀장

김석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1팀장 /사진=이동우 기자김석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1팀장 /사진=이동우 기자


"마약 범죄요?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심각한 수준으로 퍼져 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 최전선을 지키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의 김석환 1팀장(53·사진)은 결코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고 말한다. 텔레그램 등 보안이 뛰어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등장에 더욱 은밀하게 퍼지지만, 가상화폐 활성화로 당국의 추적은 더욱 어려워졌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유학생이나 유흥업소 종사자들 위주로 마약을 했지만 요즘에는 평범한 대학생, 회사원까지 마약에 손을 댄다"며 "대마를 수제 와인처럼 만드는 등 입수방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 경찰관이 된 김 팀장은 서울청에 전담 조직이 생긴 2000년부터 마약 수사를 시작한 베테랑이다. 2005년에는 국내 1호 '마약류범죄전문수사관'으로 선정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그간 잡은 마약사범만 1300여명을 훌쩍 넘는다.

일반 수사와 달리 마약 수사는 특별한 조심성이 요구된다. 범죄자와 환자의 중간쯤에 위치한 마약사범의 특성 때문이다. 마약사범들은 멀쩡히 조사를 받다가도 갑작스럽게 금단 증상으로 환각·환청에 시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김 팀장은 "마약에 중독되면 '자꾸 누가 자기를 쫓아온다',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는 환각이나 환청에 시달려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며 "조사를 하는 곳에는 유리나 칼, 송곳처럼 위험한 물건은 책상에서 모두 치우고 환자를 대하듯 조심한다"고 말했다.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2010년에 대구의 골목길에서 마주친 마약 판매책은 30㎝ 길이의 회칼을 들고 덤볐다. 잽싸게 손목을 쳐서 칼을 떨어뜨렸지만, 용의자는 격렬하게 반항했다. 20분 넘게 몸싸움을 한 끝에 수갑을 채울 수 있었다.

민망한 상황에도 종종 노출된다. 남녀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후 성관계를 갖는 현장을 발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 팀장은 "마약 사건 대부분은 쾌락 때문에 남녀 관계가 연관돼 있다"며 "모텔 방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도 경찰을 알아보지 못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마약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팀장은 검거 못지않게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마약을 시작해 꿈에서 멀어진 아이돌 연습생과 학업을 등진 대학생, 대기업에서 잘린 회사원 등 자신을 파멸로 밀어 넣은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필로폰 등 주요 마약은 1회 투약분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어 섣불리 손을 댔다간 경제적으로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마약사범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죄의식이 낮은 대신, 정작 가장 소중한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은 잘하지 못한다"며 "마약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주변과 가족까지 모두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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