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 '3수 상장'도 실패…SK이노 10兆 투자 엇박자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안정준 기자 2018.04.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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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대한 기업 가치 인정 못받아 고배…모회사 SK이노 1兆 이상 자금 확보도 무산

SK루브리컨츠의 스페인 카르타헤나 공장 전경/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루브리컨츠의 스페인 카르타헤나 공장 전경/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루브리컨츠가 '3수 상장'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기관 수요예측과정에서 당초 SK측이 기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서다. SK루브리컨츠 상장을 통해 신규사업 투자실탄을 마련코자 했던 모회사 SK이노베이션 (107,700원 ▼2,000 -1.82%)의 계획에도 엇박자가 나게 됐다.

SK루브리컨츠는 27일 공시를 통해 그동안 진행해 온 상장 추진을 철회키로 하고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는 5월 중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25~26일 양일 간 진행했다. 하지만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다고 판단해 상장 추진을 철회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이에 따라 SK루브리컨츠는 2012년과 2015년에 이어 세번째 상장 도전에서도 실패하게 됐다. 2012년에는 주관사 선정 문제가 있었으며 2015년에는 상장예비심사청구까지 진행했지만 업황 부진과 밸류에이션 문제로 중단했다.



이번 희망 공모가 밴드는 10만1000~12만2000원으로 총 공모 규모는 약 1조2000억~1조5000억원이었다. 공모 주식 수는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을 8대2로 병행한 보통주(액면가 2500원) 총 1276만5957주였다.

희망 공모가 밴드 내였다면 SK루브리컨츠의 지분 100%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구주매출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다.

삼수 도전 실패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당초 공모가 밴드를 너무 높이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 SK루브리컨츠와 비슷한 윤활유 전문 기업이 없어서 비교 가치 책정이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정유업종 밸류에이션을 적용할 경우 SK루브리컨츠의 가치를 공모가 밴드 내에서 책정하는데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SK루브리컨츠 상장 실패로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투자자금 집행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당초 SK루브리컨츠 상장을 통한 SK이노베이션의 노림수는 대규모 투자재원 조달로 파악됐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총 1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공식화한 상태다. 매년 2조5000억원~3조원 가량의 투자가 집행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2조원 수준이다.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4100억원 정도다. 연간 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감내하기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정유, 화학 계열사 약진으로 배당금을 받을 여력이 있지만, 유가와 환율 등 변수에 따라 시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이 어렵다. 계열사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번째 상장 도전에서도 실패한 만큼 SK루브리컨츠가 또 다시 상장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으로 추후 다른 계열사들의 상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앞으로 견조한 실적과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1위 윤활유 시장 선두업체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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