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합의, 법적 효력 있을까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04.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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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2018 남북정상회담] 남북관계발전법상 근거…국회 비준 동의 땐 법적 효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상징인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손을 마주잡고 한반도 비핵화, 종전 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의제를 논의한다. 2018.4.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상징인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손을 마주잡고 한반도 비핵화, 종전 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의제를 논의한다. 2018.4.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합의는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 합의가 문서 형식으로 도출되고, 국회에서 비준 동의될 경우 남북한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유효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헌법상 북한은 '국가' 아냐…"남북 합의, 조약 인정 안돼"



합의문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헌법이다. 헌법 제60조는 국회가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북 기본협정의 형태로 합의문이 도출될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약은 국가끼리 맺는 것이란 점에서 헌법상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 북한과의 합의는 조약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조약이란 △서면 형식으로 △국가 간에 체결되고 △국제법에 의해 규율되는 국제적 합의를 말한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면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체제에 위협을 가할 우려가 있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합의서는 비준시 법적효력

두번째 근거는 지난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이다. 남북관계발전법 제4조는 정부와 북한 당국 간에 문서의 형식으로 체결된 모든 합의를 '남북합의서'로 규정하고 있다. 평화선언 등 중대한 실질적 남북간 합의가 문서 형태로 작성될 경우 이는 '남북합의서'에 해당된다.

남북합의서는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준할 경우 법적인 효력을 가지게 된다. 다만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이 필요한 합의사항에 해당할 경우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의 동의 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남북합의서는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공포한다. 헌법을 준용한 절차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합의문은 남북 사이에서 효력이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발전법상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친 남북합의서가 국내 법규상 어느 수준의 효력을 갖는지는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친 조약의 경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데, 같은 절차를 거친 남북합의서 역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과거 남북관계발전법 제정 이전의 남북간 합의에는 법적 효력이 없었다. 대법원은 남북 사이에서 지난 1991년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와 관련해 "남북한 당국이 각기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상호간에 그 성의 있는 이행을 약속한 것이기는 하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국가 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시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법적으로 규율할 것을 합의한 최초의 공식 문서다.

이후 정부는 남북합의서의 체결 및 비준, 공포의 절차와 효력 범위 등을 규정한 남북관계발전법을 2005년 제정해 남북합의서의 법적 효력에 관한 근거를 부여했다.

◇국회 동의 못 받으면 합의 효력 잃을 수도

만약 이날 남북정상회담에서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이 필요한 합의가 도출된다면 법적 효력을 위해선 국회의 비준 동의가 불가피하다. 국회가 비준 동의를 거부한다면 합의는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합의문은 구속력을 갖지 않는 단순한 정치적 선언 또는 구두 신사협정에 지나지 않게 된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야당이 정상회담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정상간 합의는 정쟁의 대상이 된다"며 "합의의 운명을 국회에 맡겨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4년 클린턴 민주당 정부의 북미 제네바 합의는 의회 다수파였던 공화당의 반대로 사실상 폐기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참석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정치 상황이 바뀌어도 합의가 영속적으로 추진된다"며 "남북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이행하자면 국가 재정도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은 그동안 총 245건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 중 13건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쳤다. 대부분 2003~2004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운영에 대한 합의서였다. 그러나 앞선 두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공동선언 등은 모두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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