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속내'… "中 덩샤오핑 노린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04.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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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 외교' ' 퍼스트레이디 대동'… 정상외교 통해 정상국가 천명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2018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념식수 후 도보다리에서 독대하는 모습이 생방송 중계되고 있다. /사진=뉴스1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2018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념식수 후 도보다리에서 독대하는 모습이 생방송 중계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집권 이후 줄곧 '정상(正常)국가'를 추구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반적 정상(頂上) 외교 공식을 따랐다.

27일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경기 파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친교 외교, 퍼스트레이디 대동 등 통상적인 정상 외교 절차를 그대로 밟았다.



◇'친교 외교' ' 퍼스트레이디 대동'…이전 北 지도자와 달라

집권 이후 베일에 싸인 국가가 아닌 정상 국가로서의 전환을 추구해온 김 위원장은 전세계 이목이 쏠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상 외교 공식을 대부분 따르고 있다. 여느 외국의 방식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정상 국가임을 대내외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습지 위에 만든 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약 30분간 문재인 대통령과 담소를 나눴다. 두 정상은 배석자 없이 함께 담소를 나누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산책을 하거나 티 타임을 갖는 등의 '친교 외교'는 일반적인 정상 외교 모습에서 늘상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날 오후 6시20분쯤에는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 여사가 평화의집 3층 연회장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만찬 참석을 위해 판문점에 도착했다. 김정숙 여사는 리 여사의 손을 잡으며 환대하는 등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다했다. 리 여사의 만찬 참석은 국가수반 부부가 함께 외국 순방을 떠나거나 외빈을 맞아 만찬을 갖는 외국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파격적인 변화다. 앞서 열린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퍼스트레이디는 모습을 드러낸 바 없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전에도 정상 외교 행보를 보여왔다. 얼마 전 북한에서 중국인 관광객 32명 등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데 대해서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오전 주북한 중국대사관과 부상자들이 있는 병원을 방문해 직접 위로하기도 했다. 25일에는 이들의 시신과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한 전용열차를 직접 평양역에서 전송할 정도로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정상외교' 이유는… "북한의 덩샤오핑 꿈꾸는 김정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가 김 위원장의 정상 국가 전환으로의 열의를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 대내적 여론을 결집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전 북한 지도자들이 정상외교를 몰랐던 게 아니다. 다들 알고 있었지만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정상외교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덩샤오핑은 '중공'이라 불리던 중국에 시장경제를 도입, 중국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강국으로 이끈 지도자다. 즉 김 위원장이 북한을 정상국가화한 뒤 중국처럼 경제적 번영을 이룩하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 교수는 또 정상국가화와 정상외교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대면함으로써 북한 내부 여론을 고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잇따르는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서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 미국 등과 대등하게 대화하는 국가'라는 이미지와 자부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정상회담 진행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자세나 지나치게 폄하하는 자세 모두 좋지 않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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