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머니 '5조원'·비토권 확대…산은·GM 협상 완료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김진형 기자, 황시영 기자, 이건희 기자 2018.04.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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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암만 GM 총괄사장, 이동걸 산은 회장 만나 최종담판…차등감자 철회, 신규투자 증액 합의

뉴머니 '5조원'·비토권 확대…산은·GM 협상 완료


정부·KDB산업은행(산은)과 GM의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GM은 '올드머니'(기존 부채)를 출자전환하고 산은과 함께 지분율에 따라 5조원 가량의 '뉴머니'(신규자금)를 투입해 한국GM 정상화에 나선다. 산은은 대주주(GM) 차등감자 요구를 접는 대신 주요 자산 처분을 포함한 중요 의사결정의 '비토권'을 얻었다.

26일 금융당국과 산은에 따르면 GM 본사 '2인자'로 평가받는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이날 오전 한국GM 2대주주인 산은을 찾아 이동걸 회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에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우선 GM은 기존의 한국GM 대여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출자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한 해 2000억원 가량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게 된다.

신규투자 금액은 기존에 논의되던 28억달러(약 3조원) 규모에서 4조원을 초과하는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관계자는 "(GM와 산은을 합쳐서) 5조원에 가까운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GM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산은이 부담할 금액도 지분율(17.02%)에 비례해 기존의 5000억원 정도에서 8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산은이 비토권을 지키기 위해 요구했던 대주주 차등감자는 GM의 거부로 무산됐다. 다만 비토권 확보를 위한 지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산은은 비토권을 유지하게 됐다. 기존에는 한국GM의 특별결의사항이 '보통주 85%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돼 산은이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GM이 출자전환하면 산은의 지분은 1% 미만으로 떨어지나 특별결의사항 가결 요건을 100%로 상향하는 등의 방안으로 산은의 비토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만일 GM·산은의 뉴머니 투입방식이 증자로 결정됐다면 산은의 한국GM 지분율은 8% 가량이 된다. 이에 따라 특별결의사항 가결 요건은 지분 93~100%로 정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지난해 기한 만료로 상실된 '총자산 20%를 초과하는 자산'의 처분·양도에 대한 비토권 역시 회복하게 됐다. 단순히 지분 변화에 따른 비토권 유지를 넘어 '2002년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던 당시 합의했던 수준'으로 비토권을 확대했다.


아울러 산은이 요구한 '10년 이상 지분 매각 제한'을 GM이 수용하면서 한국GM의 10년 이상 한국시장 체류를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산은은 한국GM의 직·간접적 일자리 15만6000개가 달린 만큼 최소 10년 이상은 체류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GM 역시 신차 2종을 한국에 배정하고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신청서에 오는 2027년까지 사업계획을 담은 만큼 10년 이상 체류에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GM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의 투자확약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마련하고, 산은의 한국GM 경영실사가 최종 마무리되는 내달 중순쯤 본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 과정은 힘겨웠지만 정부·산은은 기존에 발표했던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등 3대 원칙을 모두 달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암만 사장은 산은 방문 뒤 곧바로 국회를 찾아 "한국GM 관련 중요한 문제 해결이 거의 마무리 돼가고 있으며, 정리가 안 된 사안은 조속히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만 사장과 만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한국GM대책특별위원장도 "GM은 정부와 법적 효력을 갖는 합의서가 만들어져야 이사회를 하고 (안건을) 통과시키고 한국으로 송금할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산은·GM의 협상 전제조건이었던 한국GM노사의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이날 최종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중 총 1만223명이 투표, 이 가운데 67.3%(6880명)이 찬성함으로써 올해 임단협 교섭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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