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

머니투데이 생활뉴스 2018.04.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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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


최근에 반가운 책이 나왔다. 《데이비드 코퍼필드》, 세계적인 대문호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칭한 자전적 소설이다. 몇 년 전에 탄생 이백 주년을 기념하며 영국에서만 100여 개에 달한 디킨스 관련 행사를 열고, 세계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영어권 3억 5000만 명과 비영어권 20억 명이 디킨스 문학 축제를 즐겼으며, 영국 정부는 디킨스 탄생 이백 주년을 기념하는 주화를 만들고 포츠머스와 런던에는 동상을 세웠다. 레오 톨스토이는 “디킨스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내 친구”라면서 디킨스를 19세기 최고의 문호라 평하고 디킨스 초상화를 서재에 걸어 놓을 정도로 존경했다.

하지만 디킨스는 어린 시절을 정말 힘들게 보냈다. 정규교육을 2년 받고 공장에서 일했다. 그리고 온갖 고생을 감내하며 독학으로 성공했다. 디킨스한테는 평생 외면하고 싶은 과거나, 마흔을 넘겨서 돌아보니, 그러면서 쓰기 시작한 작품이 《데이비드 코퍼필드》다.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중산층에서 유복자로 태어나 어머니와 유모와 행복하게 살지만,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온갖 불행에 처한다. 혼자서 쓸쓸하게 역마차를 타고 찾아간 학교는 폭력이 난무하고, 어머니가 사망한 다음에는 공장에서 일하며 좌절감에 시달린다. 극한 불행에 시달리면서도 미래를 포기할 수 없어, 코퍼필드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괴짜 고모할머니를 찾아 나서는데, 어렵게 마련한 여행 경비를 도적놈에게 빼앗기니, 옷을 팔고 거지 행각을 하며 머나먼 여행길을 겪어낸다. 극도의 불안감과 고통이 몰려들 때는 환하게 떠오르는 어머니 영상에 의지하며 극복한다.

온갖 고통을 겪으며 찾아간 고모할머니는 괴팍한 성격이지만 원칙이 또렷하고, ‘데이비드’는 꿈에 그리던 중산층 생활을 시작하며 교육도 받는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이성도 사귀고 실연도 겪으며 성장한다. 여기에서 독자는 디킨스가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과 간절한 소망이 실재와 허구로 묘하게 엮이는 걸 느낄 수 있다.



데이비드는 다양한 인물을 만나 다양한 영향을 받는데, 캐릭터 묘사가 탁월하다. 디킨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역이다. 어머니는 사랑스러우나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나쁜 남자랑 재혼해서 죽고, 머드스톤 남매는 주관적인 원칙과 종교관으로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고모할머니는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에 커다란 영향을 받아 괴팍하면서도 성실한 원칙을 추구하고, 패거티 유모는 순박한 성격과 무한한 사랑으로 데이비드를 어린 시절부터 감싸주며 지원하고, 패거티 아저씨는 순박한 어부로 살아가며 사내 특유의 우직한 사랑을 실천하고, 에밀리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행복을 추구하다 좌절하고, ‘햄’은 배신한 약혼녀를 끝까지 사랑하다 죽어서 하늘로 이어지는 사랑을 보여주고, 거미지 부인은 딱한 처지를 끝없이 한탄하나 다른 사람이 겪는 커다란 불행을 동정하며 새롭게 태어나고, 학교 선배 스티어포스는 탁월한 지도력과 지식으로 세상을 비웃으나 결국에는 순박한 처녀를 유혹해서 지옥에 빠뜨리고, 트래들스는 순박하고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며 삶을 완성하고, 도라는 천진난만한 성격에 사랑스러운 여인이지만 극히 무능하고, 미코버 부부는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허풍을 늘어놓고, 유라이어 힙은 악마의 대변자로 극히 겸손한 척하면서 타인을 나락에 떨어뜨리고, 그 외에도 여러 인물이 독특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아그네스’에게서 이상적인 여인상을 발견한다. 행간을 잘 살피면 디킨스 자신이 겪은 다양한 인물은 물론, 디킨스 자신이 겪은 불행과 그 속에서 갈망하던 희망이 겹치는 걸 느낄 수 있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무엇보다 탁월한 특징은, 무려 5,500매에 달하는 장편을 펼쳐나가느라 중간에 이야기가 느슨하게 변할 개연성이 충분한데도, 디킨스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배우처럼 직접 연기하는 식으로 집필해서 캐릭터를 일정하게 과장하면서도 현실성을 부여해,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사실이다. ‘서머싯 몸’이 세계 10대 소설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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