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핫라인이 '남북정상 직통' 되는데 반백년…단절만 6번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8.04.20 18:36
글자크기

[the300]文정부들어 다각적인 핫라인 작동…"전화기 들면 언제든 연결"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송인배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시범통화를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종합상황실장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역사적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시범통화가 조금 전 완료됐다"며 "오후 3시41분부터 4분19초간 상호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2018.04.20.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송인배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시범통화를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종합상황실장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역사적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시범통화가 조금 전 완료됐다"며 "오후 3시41분부터 4분19초간 상호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2018.04.20.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남북 간 '핫라인'(hotline, 직통전화)은 그동안 다양한 수준에서 존재해왔다. '판문점 핫라인'이 남북 정상 간 '진짜 핫라인'으로 발전하기까지 거의 반세기가 걸렸다.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개통으로 다각적인 핫라인이 움직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남북 간 첫 핫라인의 역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남북 적십자 예비회담 당시 우리 측은 "회담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판문점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상주 연락관과 직통전화를 두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을 북한이 수용했고, 그해 9월 판문점의 남측 구역인 '자유의 집'과 북측 구역인 '판문각'을 전화선으로 연결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바른미래당)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통일부의 '남북 핫라인 구축현황' 자료에 의하면 이같이 구축된 판문점 핫라인은 지금까지 총 6차례 단절됐다.

1976년 8월 판문점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우리 병사들을 북측 병사들이 습격한 '도끼만행 사건'이 첫 단절의 빌미가 됐다. 1980년 2월 남북총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대표 접촉 때 핫라인이 복원됐다.



1980년 9월 북측이 일방적으로 남북총리회담 실무접촉 중단을 발표하며 핫라인이 두 번째로 끊겼다. 1984년 9월 북에 대한 수재물자 지원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 때가 돼서야 핫라인을 복구할 수 있었다.

3차 중단은 2008년 11월 이명박 정부 들어 이뤄졌다. 제63차 유엔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권결의안을 공동제안했고, 북측은 직통전화 단절을 발표했다. 약 9개월 후인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북측 조문단이 서울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핫라인이 재개됐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북한에 대한 제재안인 5·24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북은 이틀 뒤 판문점 연락대표사업 완전중지와 핫라인의 단절을 통보했다. 7개월 뒤인 2011년 1월 북측이 남북당국회담을 제의해 핫라인이 다시 가동됐다.


5차 중단은 박근혜 정부 들어 일어났다. 2013년 3월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 등에 반발해 남북 직통전화 단절을 발표했다. 약 3개월 뒤 북측이 남북당국실무접촉을 제의해 핫라인이 복원됐다.

6차 중단은 2016년 2월 이후 약 2년 동안 지속됐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한 반발로 군 통신선 및 판문점 연락통로 폐쇄가 발표된 것이다. 이후 2018년 1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핫라인은 끊어진 상태였다.

판문점 핫라인의 수준을 넘어선 시도도 있었다.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정상간 핫라인 구축에 합의한 것이다. 당시 국정원과 북측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 사이에 핫라인이 놓였다. 이 핫라인은 노무현 정부 때까지 활용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사라졌다. 판문점 직통선까지 상실한 박근혜 정부 이후에는 남북 간 핫라인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한 이후 이 핫라인의 복원을 추진해왔다. 복수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판문점 핫라인까지 완전히 끊긴 상태다. 우발적이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어날 경우 확전을 막기 힘들다"며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핫라인 중단 이후 남북 간 대화는 ‘확성기 방송’ 또는 ‘판문점 육성’을 통해 이뤄져온 것으로 파악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제안도 언론을 통해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올들어 판문점 핫라인 뿐만 아니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까지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서훈 국정원장, 김영철 통전부장 간 '정보라인'도 그 어느때보다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전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다각적인 핫라인이 가동되며 남북관계의 진전을 더욱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들이 언제든 전화기를 들면 전화 연결이 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집무공간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로 김 위원장과 통화를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분단 70년 이래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