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엄중경고’ LG 징계, KBO 판단 근거는 무엇이었나

OSEN 제공 2018.04.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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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엄중경고’ LG 징계, KBO 판단 근거는 무엇이었나




[OSEN=도곡동, 김태우 기자] 예상보다 훨씬 긴 2시간여의 격론이 KBO(한국야구위원회)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었다.


사인 훔치기로 논란을 자초한 LG의 징계가 확정됐다. 이제는 징계 수위에 대한 논란이 확전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사안의 중요성과 해외 리그의 사례를 모두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한 상벌위원은 “초유의 사태였고, 사태의 엄중함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KBO는 20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최근 ‘사인 훔치기’ 행위가 적발된 LG에 벌금과 엄중경고 처분을 내렸다. KBO는 LG가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벌금 액수는 LG 구단이 2000만 원, 선수단 관리 책임자인 류중일 감독이 1000만 원, 1루와 3루 주루코치인 한혁수 유지현 코치가 각각 100만 원이다. 양상문 단장은 엄중경고를 받았다.


사인 훔치기는 KBO 리그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서 빈번하게 있는 일이다. 잊을 만하면 큰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확실한 물증이 걸린 적은 없었다. LG는 지난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를 앞두고 KIA 포수들의 사인을 분석한 프린트 물을 게시했다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걸렸다.


LG는 이에 대해 “1루 주자의 베이스러닝에 도움을 주기 위한 자료였다”고 해명하면서 2루 주자가 타자에게 사인을 전달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리그 규정 위반 소지가 뚜렷해 즉각 고개를 숙였다. KBO에 경위서를 전달한 LG는 19일 대표이사와 감독이 모두 사과했다. LG는 이날 상벌위에 팀장급 구단 관계자가 참석해 상황을 설명했다.


징계는 확실시됐다. 다만 수위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기는 했다. 사인 훔치기로 공식적인 징계를 받은 사례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기도 쉽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지난해 9월 비슷한 의혹이 있었던 뉴욕 양키스에 벌금을 부과하기는 했다. 그러나 사인 훔치기에 대한 징계는 아닌, 덕아웃 전자기기 반입 문제였다. 당시 MLB 사무국도 사인 훔치기를 제재할 만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었다.


제26조를 LG가 어떤 부분에서, 그리고 얼마나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LG는 이 게시물이 덕아웃 바깥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기 중 외부로부터의 정보 반입을 금하는 제26조를 완벽하게 어기기 않았다는 소명이다. 한편으로는 이 자료가 경기 전에 게시된 것인지, 경기 중 급하게 작성돼 게시된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LG 선수들이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했다.


규정에는 사인을 훔쳤을 때 당사자를 퇴장시키고 필요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다만 그 제제의 구체적인 수위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클린베이스볼 기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례를 용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상벌위 시작 전부터의 일관된 기조였다. 다만 출전 정지 등의 중징계는 나오지 않았다.


상벌위는 “LG가 사과문과 소명 자료를 통해 해당 사안이 타자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으며 전력분석팀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구단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로 리그 전체의 품위와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의도 여부를 떠나 앞으로도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인지 여부를 떠나 구단뿐만 아니라 현장 관리자의 책임을 물어 단장, 감독, 코치에게도 이와 같이 제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향후 유사한 사태에 대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경각심을 확실하게 심어주기에는 징계의 정도가 다소 약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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