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밭·오메기떡…'SNS 조롱'에 멍든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8.04.2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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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조롱·희화화 만연…'개인공간'이라 여겨서는 안돼

/삽화= 머니투데이DB/삽화= 머니투데이DB


소통의 공간 SNS에서의 '조롱'과 '희화화'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비록 개인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악플'도 아니라지만 연일 논란이 생긴다. 조롱하는 게시글을 본 당사자는 '혹시 내 이야기인가'싶어 고민에 빠지고 마음에 생채기가 생긴다.

◇김해행 비행기·마카롱 가게에서 무슨 일이?= 지난 14일 저비용항공사 에어부산의 승무원이 자신의 개인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인터넷 포털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마치 탑승객을 조롱하는 듯한 사진과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했기 때문.



해당 승무원은 "All same 빠마 fit (feat. Omegi떡 400 boxes)"이라는 짧은 설명과 함께 자리에 착석한 승객들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한 여성 단체 관광객을 희화화 하는 모습이었다. 해당 승무원의 동료들도 게시물에 '브로콜리 밭'이라는 등 탑승객을 비웃는 댓글을 달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고, 해당 승무원과 에어부산 측은 황급히 "어떠한 다른 뜻은 없었다"는 변명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14일 에어부산 승무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지난 14일 에어부산 승무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조롱의 대상이 된 당사자가 불만을 표출하며 논란이 불거진 사건도 있다. 지난 14일 인터넷 유명 커뮤니티에는 '마카롱 10개 먹고 SNS로 조롱 당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와 게시판이 떠들썩했다.



평소 마카롱을 좋아해 휴가를 내고 경기도 용인시의 유명 마카롱 카페를 찾았다는 해당 글의 게시자 A씨는 마카롱 11개를 주문해 카페에서 전부 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SNS에 "너무 예쁘고 맛있었다"며 후기도 남겼다.

그러나 이날 저녁 카페 주인이 운영하는 SNS에 "(마카롱은) 구입하고 한꺼번에 여러 개 먹는 디저트가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앉은 자리에서 잘 모르고 10개씩 먹는다"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자 자신을 두고 쓴 글임을 알고 불쾌해졌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26)가 자신의 SNS 계정에 고(故) 스티븐 호킹을 희화화 하는 듯한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호킹을 추모하기 위한 '선의'의 메시지였지만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호킹을 묘사한 자기중심적인 추모 방식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26)가 자신의 SNS 계정에 고(故) 스티븐 호킹을 희화화 하는 듯한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호킹을 추모하기 위한 '선의'의 메시지였지만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호킹을 묘사한 자기중심적인 추모 방식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소통'하자더니 대처는 '차단'= 단순히 조롱·희화화 한 게시글 뿐 아니라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도 문제로 거론된다. SNS로 소통을 한다면서 비판 여론을 의식해 댓글을 막거나 지적하는 이들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승객 조롱 논란을 낳은 에어부산 측은 지난 16일 공식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게시글에 댓글 기능을 막아 '비판 댓글을 받기 싫은 것인가',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 등의 빈축을 샀다.


고객을 놀림감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은 마카롱 카페 주인은 당사자 A씨가 항의하자 사과하면서도 A씨의 계정을 차단해 게시글을 볼 수 없게 했다.
마카롱 카페 주인이 SNS에 올린 댓글(왼쪽)과 한국 시청자들이 틀린 문법으로 반응을 보이자 이를 똑같이 따라하는 사이먼의 친구들의 댓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마카롱 카페 주인이 SNS에 올린 댓글(왼쪽)과 한국 시청자들이 틀린 문법으로 반응을 보이자 이를 똑같이 따라하는 사이먼의 친구들의 댓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1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영국편에서 제임스 후퍼의 친구로 출연한 사이먼도 비슷한 경우다. 사이먼의 SNS에 한국 시청자들이 틀린 문법으로 "잘 생겼다" 등의 반응을 남기자, 사이먼의 친구들이 이를 조롱하듯 똑같이 따라하는 댓글을 남겼다. 이에 사이먼도 '좋아요'를 누르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보다 못한 한 누리꾼이 "조롱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에 사이먼은 해당 댓글을 삭제하고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아쉬움을 낳았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소통의 창구를 표방하는 SNS에서 항의와 지적에 기분이 상했더라도 차단 등 회피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며 "듣기 싫다고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통은 곧 먹통이 된다"고 우려했다.

◇'우리들끼리 소통' 먼저 배려부터= 반면 SNS 조롱을 지적하는 것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SNS에서 개인의견을 표출하며 소통하는 것까지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 대학생 원모씨(27)는 "누군가를 특정한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공간에서도 검열에 신경써야 한다면 힘들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사진= 이미지투데이
임명호 교수는 이에 대해 "다수에게 공개되고 기록이 남는다는 점에서 SNS는 이미 개인 공간이 아니다"라며 "관음증이 죄가 되는 것처럼 생각은 자유로워도 좋지만 무한한 표현까지 자유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본인만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라며 "SNS에서는 타인의 감정도 보이지 않고 법적인 문제도 없기 때문에 죄책감도 없어 조롱·희화화가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이어 "'소통'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이러한 행위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에 점점 더 심해질 수 있고 군중심리도 작용해 SNS 전체가 오염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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