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페북 사태 '과잉반응'…저가매수하는 투자자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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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14>과도한 주가 급락을 노려라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한국과 미국에서 지금 삼성증권 (38,100원 ▼50 -0.13%)과 페이스북이 각기 다른 이유로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유령주식’ 배당으로, 페이스북은 고객정보 유출로 기업가치와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삼성증권 주가는 유령주식 배당 사태 후 4일 연속 하락했고 최대 13% 넘게 빠졌습니다. 페이스북은 정보 유출 사태 보도 후 열흘 만에 최대 2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지난 6일 삼성증권 직원 자사주에 현금 대신 주식이 잘못 배당되자 일부 직원들이 유령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직원의 도덕적 해이와 회사 시스템 결함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며 삼성증권의 명성에 큰 흠이 갔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17일 이용자 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뉴스가 나온 후 고객정보를 팔아 돈을 벌었다는 비난이 쏟아지며 회사의 윤리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투자자는 물론이고 국민께 심려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그 다음날인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금유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와 고객들을 만나 “책임을 통감하며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직접 사과했습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10일과 11일 이틀간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간 자리에서 “제가 회사를 시작했고, 운영했으니 제가 모든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이용자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공유토록 허용한 회사 방침이 “정말 큰 실수고, 저의 실수다”며 사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에 삼성증권과 페이스북 CEO가 공개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CEO의 사과만으로 사태가 쉽사리 수습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줄줄이 주식 거래를 끊으면서 법인영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국민연금기금은 삼성증권의 시스템 결함을 이유로 9일부터 주식 직접운용에 대해 삼성증권과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추후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위탁운용 거래마저 중단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0일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도 이에 동참, 삼성증권과 거래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사학연금은 직접운용은 물론 자산운용사에 맡긴 위탁운용 거래도 잠정 중단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삼성증권의 국고채전문딜러 자격 회수를 검토 중이며, 한국은행 외자운용원도 해외채권 중개업무에서 삼성증권을 잠정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삭제’(delete facebook)에 동참하는 이용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광고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입니다.

미국의 한 마케팅 리서치회사는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페이스북의 광고매출이 최대 20억 달러(2조2000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Merrill Lynch)는 페이스북을 투자 1순위 목록에서 제외시키고 목표가도 두 번이나 하향조정했습니다.

미국 증권방송 cnbc의 유명 주식 앵커인 짐 크레이머(Jim Cramer)는 자신이 운용하는 자선펀드에서 페이스북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악재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삼성증권과 페이스북 주가가 마냥 하락하지만은 않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사태 발생 후 5거래일째 주가가 하락을 멈추고 소폭 반등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가 의회 청문회에 나가 선방했던 10일 주가가 4.5% 급등하며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삼성증권과 페이스북 사태와 같은 악재가 터지면 관련 주가가 급락하게 마련입니다. 주가 하락은 악재가 충분히 반영될 때까지 지속되지요.

그런데 행동재무학에서는 악재가 터질 때 사람들이 과민반응을 보여 주가가 필요 이상 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호재가 나오면 과도하게 흥분해서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가고요. 이러한 행동을 행동재무학에서는 과잉반응(overraction)이라고 부릅니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차드 세일러(Richard Thaler) 시카고대 교수가 바로 주식시장에서 사람의 과잉반응 행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학계에 소개한 학자입니다.

삼성증권과 페이스북 사태에서도 이 같은 과잉반응 행태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고가 터지기 전일 주가는 3만9800원이었습니다. 이후 주가는 한 때 13%까지 급락했다가 반등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고객정보 유출 뉴스가 나간 후 19.5%까지 급락했지만 이후 거의 10%를 회복했습니다.

이처럼 주가는 악재가 터지면 급락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을 합니다. 사람들의 과잉반응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떨어지지만 머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어떤 경우엔 악재가 터지기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회복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냉정함을 찾은 뒤에 다시 보니 ‘악재가 악재가 아니더라’로 판단되는 경우도 일어납니다.

행동재무학은 주식시장에서 사람들의 과잉반응 행태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행동재무학의 진정한 목적은 그러한 행태를 잘 활용하면 시장평균수익률을 상회하는 투자이익을 낼 수 있음을 알려주는 데 있습니다.

현재 삼성증권은 유령주식 배당 사태가 터진 뒤 5거래일만에 소폭 반등했지만 주가가 바닥을 쳤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페이스북도 저커버그의 의회 청문회 두 번째 날에는 다시 1% 넘게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증권과 페이스북의 주가 회복 쪽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유령주식 배당 사고가 터진 이후 일일 평균거래가 이전에 비해 9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 배당 사고가 나기까지 삼성증권의 일일 평균거래량은 38만주에 불과했지만, 이후엔 330만주로 뛰어 올랐습니다.

삼성증권을 내다 파는 사람이 많지만 그만큼 주가반등을 노리고 저가매수에 뛰어든 투자자도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페이스북도 고객정보 유출 보도 후 일일 평균거래량이 이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만약 삼성증권과 페이스북의 모든 악재가 다 반영된 게 아니라면, 최근 저가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과잉반응이 맞았다면 이들은 단기간에 10% 정도의 매매차익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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