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다시 고개든 연봉공개 트라우마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8.03.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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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이슈+]금융회사 지배구소 개선방안 임직원 연봉공개에 투자업계 "특수성 고려해달라" 목소리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첫번째)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첫번째)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금융당국은 지난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최다출자자 1명에 대해서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따지는 현행 규정을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주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입니다.

이와 더불어 금융투자업계의 걱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금융회사 임직원 보수공시 강화 방안입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일정액 이상 보수 혹은 성과급(인센티브) 대상 임직원에 대해 보수연차보고서를 통해 보수총액을 공시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금융위원회의 예시대로 연봉 5억원 이상 혹은 보수 총액 상위 5명 중 5억원 이상인 임직원 등이 공개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또 성과급 기준으로는 2억원 이상 인센티브를 받는 임원, 담당자 등이 연봉내역을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로만 듣던 '여의도 억대 연봉자'의 정체가 윤곽을 드러내는 셈입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사실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의 보수 내역 공개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계 전반에 걸친 흐름 중 하나입니다. 금융회사가 아니더라도 올해 반기보고서부터는 상장사 미등기임원이라도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을 경우 상위 5명의 보수 산정 내역을 기재해야 합니다.



기업 대부분이 꺼리는 사항이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당국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수산정 기준을 공개토록 했을 때 증권업계의 볼 멘 소리가 재현되는 모습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고액 연봉을 받는 임직원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연봉공개 기준 강화가 자칫 증권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걱정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투자 위험(리스크)을 고려해 수익을 내는 금융투자업 특성상 분석과 운용 등 각 분야에 전문가 인력이 필수라는 설명입니다. '○○○펀드' 같이 특성 전문가의 관여 여부가 곧 상품의 성패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전문가를 양성하고 회사에 계속 붙잡기 위해선 고액 연봉 혹은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임직원 보수가 공개될 경우 '투자자는 쪽박 차는데, 증권사 임원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불신에 직면할 수 있다는 하소연입니다. 지난해 양대 증시 활성화로 모처럼 분위기를 살린 여의도 금융투자업계가 다시 한 번 싸늘하게 식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려옵니다.

물론 특정 인물이 회사의 이익을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면 감시하고 바로 잡아야합니다. 일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경우 성과에 비해 과도한 연봉을 챙긴다는 지적도 시장에 여전합니다.

하지만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봉공개라면, 일반 기업과 달리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별도 규제를 받는 이상 업계 특수성도 반영해달라는 증권업계 목소리도 일견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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