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수출과 내수, 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재고가 쌓이고 통상 압력이 가중돼 당장 한두 달 뒤 경기 개선이 이어질지 자신할 수 없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서민들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계 부채는 갈수록 더 심각해져 미국발 금리 인상에 대응할 여지를 좁히고 있다.
수출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지난 2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증가한 448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설 연휴 때문에 조업일수가 2.5일 감소했는데도 증가세를 이어간 것. 일평균 수출은 23억달러로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였다.
지난 1월 재고는 산업별로 반도체가 30.8%, 자동차가 23.5%, 1차 금속이 10.4% 증가했다. 반도체는 대부분 주문을 받아 놓고 생산을 하는 방식이라서 '나쁜 재고'라고 볼 수만은 없지만, 자동차와 1차금속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GM 구조조정 이슈와 한·미 통상마찰 등의 현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 때문에 기업들의 경기 평가는 정부와 달리 인색하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75로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월(75포인트)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낮다.
◇신규 채용 늘었지만 저소득층 일자리 '불안'= 고용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신규 취업자가 지난 1월 33만4000명(전년 동월비) 증가했다. 지난해 5월(37만9000명) 이래 가장 많은 일자리가 생긴 것. 특히 임금 근로자 가운데 사용 근로자가 48만5000 명 증가한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임시근로자(-9만4000 명)와 일용직 근로자(-6만9000 명)가 감소하고, 산업별로도 도매·소매업(-3만2000 명), 숙박·음식점업(-3만1000 명)에서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저소득층은 오히려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한국GM이 군산 공장 폐쇄를 발표한 데 이어 비정규직 200여 명에 대해 해고를 통보하는 등 고용 악재는 쌓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폭탄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가구당 평균 부채는 7432만원으로 처음으로 7000만원을 넘어섰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3년 만에 한자릿수(8.1%)로 떨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전체 규모가 문제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앞으로 미국 금리 올리면 우리가 쫓아가기도 버겁고 안 쫓아 가자니 채권 주식 시장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동안 수출 등이 호조세를 보인 것은 세계 경제 회복 등 대외 요인에 힘입은 바 크지만 여기에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게 대표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우리가 수출주도성장을 해 왔지만, 자국 이기주의가 미국으로부터 시작돼서 중국, 일본 등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그동안 우리에게 유리하게 펼쳐졌던 상황이 막을 내리면서 수출주도 성장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