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국민 배신·절대 부패…" 시진핑 장기집권 안팎 동요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2018.0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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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제 되려는 시진핑]⑥ 내부에선 반발, 국제사회는 후폭풍 우려

편집자주 중국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꼽으라면 진시황과 마오쩌둥이다. 진시황은 중국 제국을 건설했고 마오쩌둥은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시진핑 주석의 야망이 다시 마오쩌둥만큼의 권력으로 시황제가 되겠다는 것이다.

【자오줴현=신화/뉴시스】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춘제 연휴를 앞두고 빈곤 지역을 시찰해 민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일 시 주석이 쓰촨성 자오줴현 산허에서 현지 관리들의 지역 소개를 듣고 있다. 2018.02.1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자오줴현=신화/뉴시스】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춘제 연휴를 앞두고 빈곤 지역을 시찰해 민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일 시 주석이 쓰촨성 자오줴현 산허에서 현지 관리들의 지역 소개를 듣고 있다. 2018.02.1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면서 중국 내부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국내에선 민주주의의 역행이라는 반발이, 국제사회에서는 외교 마찰 우려가 나온다.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기관지들은 서구식 민주주의가 낳은 부작용과 폐단을 연일 지적하고 있지만 중국 안팎에서 논란은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학생 시절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이끌다 미국으로 망명한 왕단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시진핑이 황제의 야심을 지니고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이는 신해혁명 이후 중요한 역사의 퇴보이자 40년 개혁개방의 철저한 부정"이라고 밝혔다. 100여명의 중국 저명 학자들도 이 성명을 지지했다.



중국계인 샤밍 미국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는 "청나라 군벌 위안스카이가 황제 제도를 부활시킨 건 100년 전 일"이라며 "중국인은 이후 한 세기 동안의 계몽교육을 통해 더는 군주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을 향한 비난은 학계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이민'이란 단어의 검색 횟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중국 국민들은 공산당의 주석 임기제한 철폐 방침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엔 "우리도 북한이 돼 간다"는 자조적인 글이 게재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연임 제한' '시황제' '종신제' 등의 키워드 검색을 금지했지만 비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을 지도자로 키운 장쩌민 전 주석마저 임기제한 철폐를 반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장 전 주석을 비밀리에 만나 임기제한 철폐 의사를 밝혔지만 장 전 주석이 극구 말렸다고 보도했다.

'상하이방'을 이끈 장 전 주석은 후진타오와 리커창을 필두로 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을 견제하기 위해 시 주석을 지지했다. 이를 발판으로 시 주석은 2008년 부주석, 2013년 주석에 오를 수 있었다. 이런 장 전 주석의 만류에도 시 주석은 임기제한 철폐를 강행했다. 아사히는 "퇴임 후 불어올 역풍을 우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주도한 반부패·군 개혁 드라이브에 중국 공산당 내부에 쌓인 불만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시 주석이 정치적 보복을 우려할 만 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임기제한을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인 통치로의 복귀'로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젊은 관료들이 승진 등에 한계를 느끼면 내부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머스 켈로그 조지타운로아시아 이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통치자들은 어느 정도 권력이 있는 부하 관료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배신할 수 있다는 걸 늘 걱정해야 한다"며 "시 주석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역사학자 장리판은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말로를 상기시켰다. 무가베는 37년간 독재를 이어오다가 작년 11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쉬인홍 중국 런민대 교수는 "불멸의 지도자로서 시 주석의 명칭이 전 세계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해외 언론과 기관들도 시 주석의 장기집권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게 역사가 보여준 진리"라며 "국내뿐 아니라 미·일 등 주변국과 마찰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케이신문도 "중국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며 "독재정권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을 포함한 나머지 나라들은 자신감에 가득 찬 시 주석을 다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시 주석과 각국 정상들의 관계가 매끄러울 수 없을 것으로 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서방은 대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시 주석의 권력 쟁취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냥 무시하고 있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비영리기구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중국 전문가인 오빌 쉘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가 세계적으로 독재 국가가 늘어나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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