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갑작스런 만남 취소, 북·미 평창 대화 불발 이유는...

머니투데이 서동욱 , 김성휘 기자 2018.02.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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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개막식 앞두고 펜스 부통령 강경 행보에 부담, 실익 없을 것으로 판단한 듯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해 천암함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 = 뉴스1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해 천암함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 = 뉴스1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만나려 했지만 북한 측이 갑작스럽게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 간 만남이 성사되지 못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이 방한 때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난 10일 만나려 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측이 이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김 부부장과 김영남 위원장, 또 다른 북한 고위급 인사 등 총 3명이 참석하기로 했었다. 한국 정부는 회담 장소 제공과 경호 임무만 맡고 구체적인 대화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사전에 조율이 이뤄졌다고 썼다.

AP통신도 미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펜스 부통령은 이 만남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지만 북한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21일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통일부 당국자 역시 '확인해 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10일은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하루 뒤로 메달 레이스가 시작된 첫 날이다. 이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청와대에서 접견했고 오찬을 함께 했다.

미 언론은 우리 정부가 10일 오후에 김여정 부부장과 펜스 부통령이 만날 수 있도록 청와대 공간을 내어줄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측 대표단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고위층을 잇따라 만나 대화를 이어가려고 계획했던 셈이다.


북측의 돌연한 취소 결정은 펜스 부통령의 방한 행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것이란 분석이다.

펜스 부통령은 9일 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앞서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북한에 대해 "자국 시민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 칭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근 국정연설 때 거론돼 화제가 된 지성호 씨 등 탈북자 4명과 만나 면담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개막식 직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주최한 만찬을 겸한 리셉션에 늦게 참석했다 5분 만에 퇴장했다. 만찬에서도 사전에 북측 인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뜻을 미리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펜스 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북한을 자극해 만남을 취소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만남을 갖더라도 별다른 소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 최종적으로 취소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북핵문제와 관련한 미국 고위층의 발언에 극도로 민감하다"면서 "펜스 부통령의 한국 내 강경 행보가 대화 취소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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