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휴머노이드 = 협동로봇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8.02.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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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와 인간을 삼킨다]④-2 인간의 손재주 훔친 로봇, 인간과 함께 작업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 최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를 통한 산업의 질적 변화라는 추상적 개념은 전자,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이미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산업계는 당장은 '새로운 먹거리'의 등장에 환호하지만 일자리 감소, 그리고 궁극적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빅브라더' 출현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에 4차산업혁명, 그리고 AI를 화두로 국내 산업현장에 나타난 변화양상을 짚어보고 빅브라더 등장에 따른 역효과를 최소화할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산업현장의 휴머노이드 = 협동로봇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인간과 어울린다. 생산 작업장엔 이른바 협동로봇이 등장했다. 과거 생산직 근로자와 분리된 구역에서 단순 조립을 하던 로봇이 이제 사람과 손을 맞춰 같은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협동로봇은 기존 산업 로봇보다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안전 펜스 없이도 사람 옆에 배치될 수 있다. 품목이 변경될 때엔 생산라인을 수정할 필요가 없이 재배치할 수 있다. 다양한 공정에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사람과 큰 차이점이다. 고객별 맞춤형 주문생산을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에 유리하다.



미국 벤처캐피털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협동로봇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68%씩 고속 성장한다. 2022년이면 약 6조5660억원이 될 전망이다. 현재 협동로봇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의 2.1% 수준이다. 그런데 이 비중이 4년 뒤에는 28.6%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미국 등 로봇 강국은 수년 전부터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 협동로봇 시장 선점에 나섰다. 미국 리싱크 로보틱스의 박스터, 일본 화낙의 CR-35iA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4위 로봇 생산국인 한국도 협동로봇 시장에 발을 들였다. 두산 (137,600원 ▲2,600 +1.93%)은 2년 연구개발을 통해 협동로봇 4개 모델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지난해 양산에 돌입했다. 한화테크윈 (235,000원 ▼6,000 -2.49%)도 지난해 협동로봇 HCR-5를 출시했다.

특히 오차범위 0.1mm의 반복 정밀도를 갖춘 두산의 협동로봇은 사람이 손으로 하는 섬세한 작업도 함께 수행이 가능하다. 로봇의 6개 축에 탑재된 센서도 정밀도를 높인다.

두산 관계자는 "센서를 통해 축마다 전해지는 힘을 더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며 "주변 물체와 미세한 접촉도 감지할 수 있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해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간의 손재주를 훔쳐 인간과 같은 일을 하기 시작한 로봇의 다음 미래는 두산의 협동로봇이 생산되는 수원공장에서 단서가 보인다.

이 공장 주요 공정에서는 협동로봇이 사람과 함께 완제품을 만들어낸다. 물리적 단계에서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것이다. 스마트공장의 두뇌 역할을 하기 시작한 AI가 더욱 진화해 정밀화된 로봇을 제어하기 시작하면 결국 AI가 스스로를 창조하게 될 수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예견한 이른바 '특이점'(AI가 인류의 지능을 초월해 스스로 진화해 가는 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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