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부진에 발목잡힌 두산엔진 매각 '불투명'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8.02.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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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FI 후보 본입찰 불참…"신규 수주 확인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 어렵다" 평가

두산엔진 매각 본입찰에 주요 후보가 불참하며 매각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신규 수주 증가에 따른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엔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FI(재무적투자자) 중 글랜우드PE, 키스톤PE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외에 FI와 SI(전략적투자자) 등 2개 정도 후보가 거론되는데 인수전 완주 의사는 불투명하다.



수주 부진에 발목잡힌 두산엔진 매각 '불투명'


M&A(인수합병) 업계에선 두산엔진의 신규 수주가 저조하다는 점에서 낮은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두산엔진의 지난해 신규수주는 총 3110억원으로 매출액의 40.5%에 그쳤다. 선박용 엔진사업은 조선업황 개선 기대감에 따라 영업 환경이 나아지고 있지만 발주 지연 및 경쟁 심화에 따라 당장 수주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두산엔진은 지난해 4분기 컨세서스를 하회한 실적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7688억원으로 전년대비 4.2% 줄었다. 영업이익은 134억원으로 전년대비 218.1%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30억원 손실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동익, 장문준, 홍성우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엔진의 2017년 말 수주잔고는 7826억원으로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올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25.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본입찰에 빠진 후보 중에서 매각측에 추가적인 자료 증빙을 요청하면서 이후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매각측에서도 본입찰에서 빠진 후보를 배제하기보다 협의를 이어가는 게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 중에서 본입찰에 빠진 곳은 그동안 실사 과정에서 매각측으로부터 받은 자료로는 신규 수주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본입찰 참여를 주저했을 것"이라며 "신규 수주가 없는 상황에선 앞으로 영업비용만 들어가는 구조로 회사의 개선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엔진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2965만주(지분율 42.66%)다. 이날 종가 기준 해당 지분의 가치는 1217억원이다. 매각측과 인수후보 측이 원하는 인수가격에도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매각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이 맡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두산엔진 매각은 정부 지원 등 영향으로 앞으로 조선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하는 구조"라며 "아직 두산엔진의 실적 개선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각측과 후보군 간 어떻게 협의를 풀어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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