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줄자 '산업도시 집값' 끝모를 추락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8.02.22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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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창원·거제 등 2년째 하락 지속, 신축 브랜드 아파트도 약세

일자리 줄자 '산업도시 집값' 끝모를 추락


조선업 등 산업구조조정 여파로 지방 거점도시 집값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이 침체되면서 부동산시장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입지가 좋다고 평가되는 신축아파트마저 가격이 하락세다.
 
2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조선, 중공업, 기계업체가 몰린 울산, 창원, 거제, 군산지역 주택매매 가격이 최근 2년간 계속 떨어졌다.
 
울산시는 2016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개월 연속 주택가격이 하락했다. 이 기간에 지역 평균가격은 1.86% 떨어졌지만 조선소가 밀집한 북구지역 낙폭률은 5.19%를 기록했다. 북구 호계동 한양수자인 85㎡(이하 전용면적)는 2016년 입주 당시 2억90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 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경남 거점도시 창원시와 거제시 사정도 마찬가지다. 창원시는 2016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22개월간 떨어졌다. 하락률은 5.55%로 집계됐다. 성산구 가음동 ‘창원더샵센트럴파크 5단지’ 99㎡는 지난해 7월 5억2650만원이었지만 이달 5억원에 매매가 체결됐다.
 
거제시 집값도 많이 떨어졌다. 고현동 ‘스타힐스센트럴’ 85㎡ 매매가격은 지난해 1월만 해도 3억1000만원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5000만원 낮은 2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군산시도 주택가격 상승률이 2016년 2월 이후 2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3년 3월(0.03%) 이후 5년간 떨어지고 있다.
 
수송동 ‘수송아이파크’ 120㎡은 올해 2월 3억2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1년 전 매매가격(3억4300만원)보다 1800만원 낮다. 2008년 완공된 이 아파트는 가격 상승기던 2015년 10월에는 4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거점도시의 집값 하락 현상은 해당 지역 소재 주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경기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수주 감소로 현대중공업(울산) STX조선해양(창원) 대우조선해양(거제) 등이 조선소 가동률을 대폭 낮췄다. 군산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생산을 중단했고 최근 GM도 5월 말까지 공장폐쇄 방침을 밝혔다.
 
실직자들이 새 직장을 찾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주택 수요도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시는 1997년 광역시 승격 이후 인구가 계속 늘었으나 2016년 말(116만8000명)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창원시는 일자리 감소로 인구 100만명 유지가 위태롭고 거제시는 26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지역 인구가 줄었다. 군산시도 5년째 인구가 순유출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지역의 부동산 경기 악화를 고려해 ‘청약위축지역’ 지정도 검토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통장 1순위 요건 기간이 가입 후 6개월에서 1개월로 줄고 거주지 제한도 없어져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시키면 지역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위축지역 지정 자체만으로도 시세차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란 인식을 줄 수 있어 시장이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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