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되고 있는 생산성 부분은 GM의 미국 디트로이트-햄트랙공장이 군산공장보다 떨어진다. 결국 유럽·인도 등에서 실패한 GM이 돈되는 사업만 하겠다는 전략으로 바꾼 것이 군산공장 폐쇄의 배경으로 꼽힌다.
표면상으로 보면 군산공장의 생산성이 매우 떨어져 보이지만 이 통계에는 함정이 있다. 수요가 적어 생산량이 적으면 상대적으로 HPU가 높아진다. 공장을 놀리는 모습이 돼서다.
실제 GM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디트로이트-햄트랙 공장은 군산공장보다 생산성이 더 떨어진다. 자동차 1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63.7시간으로 군산공장보다 4.39시간 더 길다. 디트로이트-햄트랙 공장도 군산공장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생산량 저하가 나타나는 곳이다.
생산량만 받쳐주면 한국GM 공장도 높은 생산성을 낸다는 것은 한국GM 내 다른 공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의 차량 1대당 생산시간은 각각 26.38시간, 28.52시간이다. 미국 로즈타운 공장(40.06시간)보다 높은 생산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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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임금 수준과는 별개로 생산성 문제는 생산하는 차종이 얼마나 팔리는가에 따라서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GM 노조는 생산량이 많은 차종만 배정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임금 측면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요가 줄어든 승용차 부분의 비중이 높다보니 판매량이 줄고, 생산성도 함께 떨어진 셈이다. 생산성이 악화된 군산공장과 디트로이트-햄트랙공장 모두 승용차가 핵심 생산차종이다. 군산공장에 배정된 ‘크루즈’가 초기 품질 문제와 가격문제가 있었지만 준중형차급 수요 자체가 지난해 크게 줄었다.
GM은 실패한 경영전략을 구조조정으로 만회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유럽 오펠·복스홀을 PSA에 매각하고, 인도(수출공장은 운영)와 남아공에서 철수했다.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재원을 돈이 되는 SUV와 픽업트럭, 미래차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메리 바라 CEO의 경영철학도 이와 맞닿아 있다. 돈이 안 되는 시장과 공장은 과감히 정리해 고정비를 낮춰 같은 매출이라도 마진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만 집중해도 충분하다는 모습이다.
군산공장 폐쇄는 결국 공장 유지가 돈이 안된다는 GM 경영진의 계산에서 나온 결정이다. GM은 매번 한국GM이 소형차종 생산기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소형차가 주로 팔리는 유럽과 신흥국 시장이 이미 모두 정리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인 트랙스를 생산하고 있는 부평 1공장 정도만 GM에게는 돈이 되는 사업장일 것"이라며 "노사문제를 포함해 한국GM의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결국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