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피고인측 "삼성재판부 부정한 '안종범 수첩' 부동의"

뉴스1 제공 2018.0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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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인마을 청탁' 한모씨 변호인 주장
박근혜·최순실 등 재판서도 증거 부동의 속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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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News1 이재명 기자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News1 이재명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62) 측과 공모해 정부 건설사업 청탁의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3억원을 챙긴 한모씨(37) 측이 증거 사용에 동의했던 '안종범 수첩'을 부동의했다.

수첩의 증거 능력이 없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따라간 것으로, 앞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66) 등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 전반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7일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한씨 측 변호인은 "최근 안종범 수첩이 다른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됐다"며 "기존 입장을 바꿔 저희도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를 가진 후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59)에게 불러준 말을 기록한 '안종범 수첩'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현재 '헌인마을' 의혹과 관련한 한씨의 재판에도 증거로 제출됐다.



안종범 수첩에서 '헌인마을' 관련 내용은 2016년 4월부터 7월까지 매월 등장한다. 안 전 수석은 지난달 30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에게 헌인마을 검토 지시를 받았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수첩을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 인정하면 전문증거(전해들은 말 등 간접증거)가 우회적으로 진실성 증명의 증거로 사용돼 전문법칙의 취지를 잠탈한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한씨 측 변호인은 '삼성 재판처럼 수첩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항소심에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상 저희도 부동의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현재 한씨 측은 안 전 수석의 검찰 진술조서도 부동의한 상태"라며 "그렇다면 안 전 수석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News1 성동훈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News1 성동훈 기자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서 지난 번에는 수첩을 증거 사용에 동의했지만 오늘 추가로 부동의했기에 증거 채택 여부를 보류한다"며 "안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종범 수첩'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여러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다. 때문에 이날 한씨와 비슷하게 피고인 측에서 증거로 채택했다가 입장을 바꿔 부동의하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13일 선고를 앞둔 최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도 안종범 수첩은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물론이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79)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도 안종범 수첩과 관련이 있다.

이 밖에도 이날 한씨 측은 헌인마을의 뉴스테이 사업 채택과 관련해 알선의 대상인 최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증인 채택을 보류하고 검찰 측 신청 증인부터 신문하기로 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한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1회 공판을 열고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씨는 '헌인마을이 국토부가 추진하는 뉴스테이 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씨를 통해 대통령에게 청탁해주겠다'며 부동산 업자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하고 이 중 착수금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최씨의 독일 도피를 도운 데이비드 윤과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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