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검은 금요일', 폭락의 세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02.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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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도 규제 동참, 일부 거래사이트는 시세조작 의혹…
5700억원대 해킹 피해, 페이스북 등 광고 금지에 투자 위축

2일 비트코인 가격 추이. /사진=코인마켓캡2일 비트코인 가격 추이. /사진=코인마켓캡


가상통화(암호화폐) 가격이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미국 뉴욕증시의 대폭락을 의미하는 '검은 월요일'에 빗대어 '검은 금요일'이라고 불릴 정도다. 각국의 규제 강화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거래 사이트의 부정과 해킹 피해 등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가상통화 정보제공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새벽 4시 29분쯤 9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9100달러까지 반등했으나 다시 오전 10시 44분 8690.33달러로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다른 가상통화 가격도 급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시가총액 상위 25개 가상통화 대부분이 하루 전보다 10% 이상 하락했다.



# '아시아의 코끼리' 인도가 규제에 동참했다
가상통화 가격 급락은 인도의 규제 소식이 알려진 이후 가팔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룬 자이틀레이 인도 재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예산안 설명을 위해 의회에 나와 "가상통화(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가상통화의 부정한 이용을 막기 위한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돈세탁 및 불법 결제 등에 가상통화가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도 정부는 가상통화 투자 열풍과 돈세탁 등 불법 이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규제 강화를 시사해왔다.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 액시스은행 등 인도 주요 은행들은 최근 자국 내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의 일부 거래 내용이 의심스럽다면서 해당 계좌를 동결했다.



가상통화 투자회사 사이퍼캐피탈의 개발자이자 자료분석가인 닉 커크는 "(가상통화에 대한) 각국의 많은 규제 소식들이 시장을 공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이<br> 의회에 출석해 예산안 관련 연설을 하고 있는<br> 장면이 인도 뭄바이의 봄바이증권거래소(BSE)의 모니터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1일(현지시간)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이<br> 의회에 출석해 예산안 관련 연설을 하고 있는<br> 장면이 인도 뭄바이의 봄바이증권거래소(BSE)의 모니터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의 일탈
일부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의 일탈도 시세에 악영향을 줬다. 가상통화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시세조작에 나서거나, 해킹으로 대규모 피해를 내는 사례가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홍콩에 위치한 세계 5위권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비트피넥스(Bitfinex)와 가상통화 스타트업 테더(Tether)는 가상통화 시세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말 일종의 가상통화 전용 상품권인 '테더'라는 가상통화를 불법적으로 대량 발행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이미 두 회사 관계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비트피넥스는 불투명한 사업 관행을 이어왔고, 수차례 해킹도 당했다"면서 "점점 많은 수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이 인위적으로 뻥튀기됐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일본의 유명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코인체크가 해킹을 당해 580억엔(약 5700억원) 규모의 가상통화 '넴'(NEM·뉴이코노미무브먼트)을 도난당했다. 이로 인해 가상통화 거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5700억원 규모의<br> 해킹 피해를 당한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코인체크의 경영진이 사과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5700억원 규모의<br> 해킹 피해를 당한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코인체크의 경영진이 사과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페이스북·웨이보 등 가상통화 광고 금지
각국 정부뿐 아니라 주요 IT 기업도 가상통화 제재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30일부터 가상통화 관련 광고를 중단했다. 인스타그램 등 계열사의 모든 서비스가 포함된다. 오해의 여지가 있거나, 사기성 광고를 금지하는 정책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에서도 주요 인터넷 서비스에 가상통화 관련 광고가 자취를 감쳤다. 검색엔진 바이두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도 포함된다.

지난해 1400%나 오를 정도로 급속히 오른 가격이 부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통화 투자사 블록타워캐피탈의 아리 폴 CIO(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에 "테더 사기에 대한 우려는 (가상통화 가격 급락의) 작은 요인"이라며 "지난달 중순까지 이어진 상승 랠리 이후, 공포심리 위에 작은 악재가 쌓이면서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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