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31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통해 주식 액면가를 주당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키로 결정했다. 주당 250만원을 웃도는 주가가 5만원대로 낮아진다는 뜻이다. 투자 문턱이 낮아질 수 있어 삼성전자가 '황제주'의 지위를 버리고 '국민주'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삼성전자 한 주는 액면분할을 거치면 50주가 된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배당을 확대해도 결국 외국인 주주들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왔다"며 "이번 액면분할이 투자자 저변을 확대함과 동시에 기업의 장기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소신을 대표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지난해 12월 말에 있었던 이 부회장의 항소심(2심) 피고인 신문과정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제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이고 외아들인 것도 사실이나 꼭 그것뿐만 아니라 제가 경영을 잘해서 주주들,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아 떳떳하게 (경영)해보고 싶다는 취지로 이야기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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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승계작업을 벌였고 이를 대통령에 청탁했다는 특검 측 의혹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이미 50%가 넘는 상황에서) 지분 구조가 어떻게 돼 있고 계열사 지분이 몇 프로가 더 높고 낮다는 것이 (저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실력으로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우리 임직원에게 어떤 인정을 받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고 전 피고인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최후 진술에서도 이 같은 소신이 묻어났다.
이 부회장은 "선대회장이신 이병철 회장님이나 이건희 회장님과 같이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헌신하고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 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고 제 자신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 있는 일이고,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사회와 임직원들에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비단 재판과정에서만 이 같은 생각을 밝힌 것은 아니었다.
국민연금 측이 이 부회장과의 만남 뒤 2015년에 작성해 지난 원심(1심)에서 공개된 'CEO 단독면담 결과' 문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인위적으로 (기업을) 장악하거나 혹은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돼 있다.
또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또한 다 합쳐도 17%밖에 되지 않는데 이제는 경영을 잘해야 경영진으로 지위를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