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노조, 회장 연임 반대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8.01.23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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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행부·공동노조위원장·시민단체 합세로 강경파 득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하는데 금융당국과의 갈등과 더불어 큰 걸림돌은 노조의 반대였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공동투쟁본부(이하 하나금융 투쟁본부)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줄곧 김 회장의 3연임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하나금융 노조, 회장 연임 반대하는 이유


투쟁본부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 의혹 △노사합의사항 미이행 등 노조 탄압 △아이카이스트 특혜성 대출 의혹 등을 연임 반대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해 김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응답자가 9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설문조사를 근거로 하나금융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김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



하나금융 투쟁본부가 김 회장 연임을 강하게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력 노조인 KEB하나은행 노조의 집행부가 경영진과 ‘스킨십’하며 신뢰를 쌓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정한·이진용 공동 노조위원장은 2016년말 KEB하나은행 통합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노조 활동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반면 직전 김창근·김근용 전 노조위원장은 오랫동안 노조에 몸담았던 인물로 경영진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협상 경험이 많다.

새 집행부는 원칙을 내세웠고 사측은 익숙했던 노조 집행부가 아니다 보니 대화를 원활히 이끌어가지 못했다. 특히 노조가 지난해초 은행장실을 점거하고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은행장을 고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사관계라는 게 자신의 주장을 100% 관철하기 어려운데 노조 집행부가 활동 경험이 적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원칙을 내세우며 양보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동 노조위원장이라는 점도 KEB하나은행 노조가 강성인 이유다. 옛 하나은행 노조와 옛 외환은행 노조는 노조 통합에 합의했지만 공동노조위원장을 두기로 했다. 노조위원장이 2명이다 보니 온건파가 힘을 얻기가 어렵다는 게 금융권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명의 노조위원장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보여주기식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강경파 입장이 노조 전체 입장이 되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민단체가 합세하면서 KEB하나은행 노조는 더욱 강성 이미지를 굳혀갔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 투쟁본부 출범식에는 하나금융 계열사인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외환카드 노조는 물론 시민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가 참여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지난해 2월과 6월 각각 박영수 특검과 검찰에 이상화 전 본부장 특혜 승진 의혹과 관련해 은행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김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고발한 시민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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