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영어금지에 '봄날' 잃은 교육업계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8.01.23 04:30
글자크기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교육 3월부터 전면금지…학령인구↓·최저입찰제 '경영악화'

방과후교육 분야 종사자들이 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방과후교육 분야 종사자들이 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 방과후교육이 전면 금지되면서 관련 교육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최저가입찰제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공교육 보완재’로 수요가 가장 많은 영어 방과후교육까지 폐지되면 업계가 본격 위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초등 1·2학년의 영어 방과후교육을 금지한다. 2014년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것으로 당시 초등 1·2학년의 영어 방과후교육은 3년6개월간 한시적으로 허용했으나 이같은 법정 허용기간이 다음달 종료된다.



업계에선 학령인구 감소로 방과후교육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영어교육까지 금지되면 시장 위축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교육부의 ‘2016년 방과후학교 운영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초·중·고 방과후교육 참여학생 수는 총 364만명으로 2012년 484만명에서 25% 감소했다. 업체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수도 45만3391개로 같은 기간 24.7% 줄었다.

방과후교육업체들은 이미 최저가입찰제 도입으로 저가경쟁에 내몰리면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체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 투찰률은 90% 수준으로 파악됐다. 강사 급여 등으로 지출하고 나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어프로그램이 방과후교육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업계의 위기감을 키운다. 교육부에 따르면 방과후교육 중 영어관련 프로그램 비중이 13.2%로 가장 높고 수학(12.6%) 체육(11.8%) 음악(10%) 순이었다.



방과후교육이 위축되면 사교육비 절감 및 맞벌이부부를 위한 보육지원 등 ‘공교육 보완재’ 효과도 반감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방과후교육은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학생들의 방과후학교 만족도는 84.8%로 2011년 73.8%에서 5년간 11%포인트 올랐다. 학부모들의 만족도 역시 83.6%로 같은 기간 9.9%포인트 뛰었다.

구성욱 전국방과후법인연합 간사는 “초등학교의 영어 방과후교육 학생 중 절반 이상이 1·2학년”이라며 “따라서 초등 1·2학년의 영어 방과후교육이 금지되면 업계는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가 민간 학원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교육 보완재’로 탄생한 방과후교육만 막는 것은 절름발이 정책에 불과하다”며 “본래 취지와 달리 사교육비 및 보육 부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