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임금 인상..우선돼야 할 속도조절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2018.01.12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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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이렇게 크게 와닿은 적이 없어요. 7년동안 열심히 제과점을 키워왔는데 정말 힘듭니다. 가게를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난 10일 서울 한 대학가에서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는 60대 A씨(여)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남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면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을 평일 5명, 주말 5명을 고용하는 A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한 달에 100만원가량 뛰었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가격은 올리기 어렵고 매출은 당장 늘기 어려워 '마이너스'(적자)를 보는 달이 지난해보다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메르스 사태, 김영란법 등의 악재로 최근 수년간 자영업 경기가 좋지 못하고 임대료도 매년 급등하는데 최저임금마저 역대 최대치로 인상한 건 너무 성급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재고해 달라는 호소가 이어진다.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3조원을 투입하지만 '미봉책'이라며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의견도 많다. 일각에선 '자영업자를 힘들 게 하는 더 큰 문제는 임대료'라며 최저임금발 후폭풍을 평가 절하하지만 별개 사안을 앞세워 논의 자체를 덮으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정부는 옛 사례를 들며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결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폐업, 가족경영 전환, 무인시스템 도입 등 현장에서 나타난 실질적 변화는 이전과 분명 분위기가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건 속도조절이다. 다음 번 인상을 논의하기 전에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리 부작용을 막을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2020년 1만원'이라는 정치적 구호보다 우선돼야 한다.
[기자수첩]최저임금 인상..우선돼야 할 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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