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세실극장에서 관계자들이 무대를 정리하고 있다. 1976년 개관해 연극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정동 세실극장은 이날 '안네 프랑크' 공연을 마지막으로 42년 만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 건물소유주인 대한성공회 측은 세실극장을 사무실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18일 공연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세실극장이 연극 '안네 프랑크' 공연을 마지막으로 4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세실극장은 민주화 역사도 함께 했다. 1979년 극장 지하에 문을 연 '세실 레스토랑'에는 운동권 인사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공회 대성당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2013년 세실극장의 역사적, 문화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미래유산에 지정했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은 "여러 민간 단체들이 합심해 세실극장을 인수하고 이를 특성화 극장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성공회 측에 따르면 아직 재개관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 큰 결단을 바라는 바"라고 밝혔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세실극장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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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들은 소극장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재정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극단이 극장을 공동소유하는 협동조합 방식 등도 나타나고 있다. 한 연극 관계자는 "순수예술에 대한 수요가 낮은 상황에서는 모든 게 고육지책일 뿐 획기적인 방안이랄 게 없다"고 한탄했다.
근대 건축물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의 경우 권고 조치와 수리 보조금 지원 등 보다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서울시 미래유산 제도와 마찬가지로 강제성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송 회장은 "연극은 무형이다. 지난 세월 동안 많은 관객들에게 위로이자 영감이 됐다"며 "42년이나 된 극장은 개인의 것일뿐만 아니라 공공의 것이기도 하다. (극장을 운영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