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대규모 '손배소송' 피소 임박… 핵심 쟁점은?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8.01.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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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저하' 미고지 불법 여부, 소비자 피해 입증 등 법리다툼 예고

애플, 대규모 '손배소송' 피소 임박… 핵심 쟁점은?


이용자 모르게 아이폰 성능 저하 조치를 취한 애플을 상대로 국내에서도 소비자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 수십만명이 소송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조만간 대규모 소송인단도 꾸려질 전망이다. 소비자 권리 침해 및 피해 입증 여부를 두고 애플과 이용자들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성능 저하' 숨긴 애플, '불법' 행위에 해당하나= 앞으로 진행될 법정 소송의 핵심 쟁점은 성능 저하 조치를 사전에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애플의 행태가 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 여부다. 애플은 지난해 12월부터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 잔량이 적거나 낮은 온도에서 구형 아이폰(6·SE·7 시리즈)의 운영 속도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공동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과 시민단체는 애플의 행위가 소비자 권리 침해와 사업자 책무 미이행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소비자보호법 제19조가 규정한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책무를 저버렸고, 성능 저하 사실을 숨겨 소비자가 기본적인 권리(소비자기본법 제4조)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는 “애플은 iOS 업데이트 전에 성능 저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용자들이 업데이트를 할 지 말 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했다”며 “이런 내용을 숨기고 사용 설명서에 표기하지 않은 애플의 행위는 이용자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달 28일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사전 고지 및 동의가 없었던 점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용자 피해 입증 관건… "정보 불균형 고려해야"= 애플의 성능 저하조치로 실질적인 피해가 있었느냐는 점도 쟁점이다. 이용자들은 iOS 업데이트 이후 △애플리케이션 실행속도 현저한 저하 △로딩 중 멈춤 현상 △화면 정지 △키보드 입력 지연 △전화 송·수신 불가 등 전방위적인 불편을 겪었다.

소송대리인측은 고의적으로 이런 불편을 유발한 애플의 행위가 제품 당시 가격과 계약에 합당한 성능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법 계약상 채무불이행(제390조)과 불법행위(제750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휘명은 애플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는 금융, 업무상 연락 등 다양한 활동을 방해했기 때문에 형법상 손괴죄, 업무 방해죄 등 형사적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피해 사례에서 이용자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피해 입증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미 배터리 또는 스마트폰을 교체한 사례와 성능 저하 조치와 연관성 입증도 쉽지 않다.

법무법인 한누리 소속 구현주 변호사는 “이용자와 기업간 정보 불균형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일반 사건과 피해 입증 책임을 동일하게 요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미 애플이 성능 저하 조치를 공식 인정한 사실이 피해 입증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애플의 배터리 교체비용 할인 보상이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애플이 소비자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보상대책을 내놔 사업자 책무를 다했다고 주장할 수 있어서다. 법무법인 휘명 소속 박휘영 변호사는 “애플은 문제 원인과 해결책 모두를 배터리 노후화 및 교체로 귀결시키고, 해당 프레임에 이용자들을 가두려는 것”이라며 “애플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배상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공동소송은 계속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교체비용 할인 보상이 손해배상액 산정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란은 전 세계적인 줄소송 사태로 번지며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호주 등에서 소송이 제기됐거나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는 법무법인 한누리, 휘명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이 1~2월 중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전날까지 한누리에 소송 참여의사를 밝힌 아이폰 이용자는 전날까지 26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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