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가 이어진 지난해 12월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몸을 잔뜩 움크린 학생들이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가 있는 교정을 지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취업 빙하기'가 길어지면서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풍속도가 생기고 있다. 취업했다고 자랑스레 떠들며 합격턱을 쏘는 것은 옛말이 됐고, 연이은 탈락으로 연락을 끊는 '잠수족(族)'도 늘었다. 첫 직장을 빨리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아예 취업 사실을 숨기는 청년들도 많아졌다.
이에 취업난을 고스란히 반영한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호모 스펙타쿠스(스펙 쌓기에만 몰입하는 취준생)', '비계인(정규직이 힘들어 비정규직, 계약직, 인턴 등을 반복하는 취준생)', '공취생(기업과 공무원 준비를 같이하는 취준생)' 등 신조어도 매년 나온다.
지난해 입사한 윤상현씨(27)는 "몇년 전만 해도 취업하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알리고 서로 축하해줬는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알리기가 조심스럽다"며 "섣불리 합격턱을 쏜다고 했다가는 '지금 자랑하는 것이냐'며 욕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째 취업 준비 중인 유모씨(26)는 "취업이 계속 안되니 친구의 합격 소식에 속이 더 쓰린 것이 사실"이라며 "기쁨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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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연락을 모두 끊는 '잠수족'도 늘고 있다. 취준생 황모씨(29)는 지난해 상반기에 SNS를 모두 끊고 카카오톡을 탈퇴했다. 가족들 외에는 대부분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황씨는 "취업했냐는 질문도 싫고, 취업한 친구들의 모습도 보기 싫어 다 끊었다"며 "결국 내가 잘 안되면 관계도 소용 없다. 취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청년 취업지원자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취업 사실을 숨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최근에는 첫 직장을 짧게 다니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알리지 않는 것.
중견기업 2년차 신입사원 조모씨(29)는 "첫 직장이 마음에 안들어 친구들에게 계속 합격 소식을 숨겼다. 친구들이 아직 취준생인 줄 안다"며 "대기업 등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 '청년의 첫 직장과 잠재경제활동인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첫 직장을 그만둔 청년의 해당 일자리 평균 근속기간은 1년3개월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