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글로벌키워드10]②트럼피즘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7.12.2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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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보호주의 등 트럼프 정책 세계로 확산…트럼프식 일방주의 대한 비판도 커져

'트럼피즘'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트럼피즘'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트럼피즘(Trumpism)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Trump)과 주의(主義)를 뜻하는 이즘(ism)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언행과 정책에 대한 대중의 인기를 의미한다.

트럼피즘이란 단어가 처음 생긴 건 지난해 미국 대선을 통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존 정치인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마치 연예인처럼 대중의 흠모를 받으면서, 트럼프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됐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트럼피즘의 위세는 여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테러위험국으로 지정된 7개국 국민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과 입국을 일시 금지하면서 국제 사회에 큰 파문이 일었다. 이후에도 멕시코 국경 분리장벽 설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이란의 국제핵협정 인증 거부 등 트럼피즘을 상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파식 정책이 이어졌다. 이달 초에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중동에 피바람이 불었다.

트럼피즘은 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번졌다. 반이민, 보호주의, 반세계화 등의 정서가 늘고 극우 정치의 득세 현상이 트럼피즘으로 정의됐다. 유럽은 미국에 이어 트럼피즘이 가장 먼저 퍼진 지역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물론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오랫동안 잠재됐던 민족주의가 들불처럼 번졌다.



독일에서는 지난 9월 총선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이 득표율 13%를 차지하며 제3당으로 뛰어올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4연임 집권에 성공했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며 빛바랜 승리를 거뒀다. 독일 정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만 31세의 젊은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이끄는 중도우파 국민당이 극우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며 '반난민, 반이슬람, 반유럽연합(EU)' 정책을 예고했다. 이밖에 체코, 폴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도 극우 정당들이 세력을 확대했다.

트럼피즘은 국제 무역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과 일본, 한국, 멕시코 등 대미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회,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등 다자무역협정 파기 위협도 이어졌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도 발효 5년 만에 트럼피즘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FTA 재협상을 시작했다. 자칫 미국에 유리하게 개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의미하던 트럼피즘은 점차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과 조롱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 비결이었던 거침없는 언행도 이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종과 성별, 종교 등의 차이에 따른 차별과 배격은 국제사회에서 '위대한 미국'이 아닌 '왕따 미국'을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보수 논객 제니퍼 루빈은 '미국인은 트럼피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제목의 지난 5일 자 사설에서 "트럼프 시대 가장 우울한 점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미국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많은 미국인이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이나 이민 반대,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의 문제를 이해하고 (트럼프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화당원들은 소수 집단이나 여성에 대해 덜 지지하며, 미국을 세계 사회에서 격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문제는 그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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