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경제특구지정 30년…다시뛰는 '동양의 하와이'

머니투데이 하이난(중국)=진상현 특파원 2017.12.2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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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하이난 부동산광풍·동남아 경쟁으로 고전…올 外관광객 100만명 유치 조기 달성
국제행사 유치·마케팅·국제노선 확충·비자 혜택·의료관광 등 정책 총동원

내년으로 경제특구 지정 30년을 맞는 중국 하이난이 국제관광도시로의 발돋움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동남아시아 등 경쟁 관광지들에 고전했지만 지난 해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하이난 정부는 여세를 몰아 음식, 문화 경쟁력과 의료관광,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다른 관광지역 개발 등으로 세계적인 관광지로서의 위상을 굳힌다는 복안이다.

중국 하이난 힐튼 메이란 호텔에서 본 해변 모습/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중국 하이난 힐튼 메이란 호텔에서 본 해변 모습/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동양의 하와이' 하이난, 가격 경쟁력 있는 지역 키운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하이난의 성도 하이커우 공항에 내려서자 온화한 공기가 먼저 일행을 맞았다.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다오(해남섬)에서 가장 북쪽에 있지만 이곳도 겨울철(11~2월) 날씨가 한국의 봄, 가을 정도다. 첫날 숙소로 이동하는 길 곳곳에 야자나무가 서 있어 이국적인 색채를 더했다. 그렇지만 관광지 느낌은 생각보다 덜했다. 이미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세가 있는 남부의 싼야에 관광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반면 아직 개발이 성숙단계에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난 정부는 최근 싼야 이외 해변 도시들에 대한 관광 인프라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난이 겨울철에도 최저 기온이 1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아열대성 기후에 아름다운 해변과 맑은 공기 등 천혜의 휴양지로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동남아시아 관광지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탓이다. 하이커우와 같은 다른 해변 도시들이 싼야보다는 기온은 다소 낮은 반면 숙소 등 가격 면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천헝 하이난성 호텔외식업협회 회장은 "싼야는 열대지방으로 휴양을 하기 좋지만 하이커우 등 다른 지역도 각자의 특성이 있다"면서 "하이커우는 문화와 음식이 강점으로 다양한 생태여행, 문화여행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쑨진펑 하이커우 힐튼 메이란 총경리는 "지난해 우리 호텔의 매출이 30% 올랐다"면서 "하이커우는 싼야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 인근의 원창과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쑨진펑 하이커우 힐튼 메이란 총경리/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쑨진펑 하이커우 힐튼 메이란 총경리/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경제특구 지정 후 굴곡, 지난해부터 외국인 관광객 급증

하이난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중국 남부 4개 도시(선전·주하이·산터우·샤먼)에 이어 1988년 섬 전체가 경제특구로 추가 지정됐다. 2010년에는 국무원이 하이난을 국제 관광섬으로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계속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성장에는 굴곡이 있었다. 초기 투자가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그 후유증으로 한때 수백 여 동의 미완성 건물이 섬 전역에 흉물로 방치되기도 했다. 해외 관광객 유치도 비슷한 자연경관과 기후 조건을 가진 동남아시아에 밀리면서 고전했지만,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대비 23.1% 늘어난 74만9000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당초 2020년 100만 명 목표를 3년 당겨 달성한 것이다. 해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글로벌 관광 산업의 성장세와 함께 적극적인 국제행사 유치, 온·오프라인 매체들을 통한 다양한 마케팅, 국제 항공노선 유치와 운항편 확충, 적극적인 비자 정책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이난의 국제노선과 운항편수는 2015년 이후 빠르게 늘어서 올해 현재 56개 노선에서 매주 평균 147회 국제선이 운항된다. 무비자 대상 국가 수도 당초 26개국에서 올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5개 국가가 추가됐다. 한국과 러시아 미국 등 3국의 2인 이상 단체관광객에 대해선 체류 가능 일수를 15일에서 21일로 확대했다.

훠처터우만인수산물시장 내부. 이곳에만 3800명이 근무하고 있고, 1만200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다./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훠처터우만인수산물시장 내부. 이곳에만 3800명이 근무하고 있고, 1만200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다./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동시에 1만2000명 식사 가능한 거대 수산물시장만 4곳

음식과 문화도 하이난이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는 무기다. 하이난은 섬 지역답게 다양한 해산물이 나고, 좋은 날씨에서 자란 곡식, 과일, 가축 등 다른 식재료들도 풍부해 음식이 발달해 있다. 이 가운데 문창의 닭고기, 동산의 양고기, 악진의 게요리, 지아지의 오리고기는 하이난의 4대 요리로 불린다. 하이난은 수시로 음식 축제를 열어 하이난 음식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언론을 대규모로 초청해 '가장 아름다운 시간·혀끝 하이난'이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새로운 먹거리 문화도 선보이고 있다. 신선한 해산물을 구입해 인근 식당에서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훠처터우만인수산물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만 3800명에 이른다. 절반은 해산물을 팔고 절반은 식당을 운영한다.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인원만 1만2000명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 시장을 운영하는 곳은 하이난 훠처터우찬인유한책임공사로 하이난에만 이런 수산물시장이 4곳에 달한다. 이 회사의 천이보 부총경리는 "2개월 후부터는 온라인으로도 수산물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멀리 하얼빈까지 전국 어디에나 배달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하이난성 호텔외식업협회 천 회장은 "하이난 요리는 우수한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라며 "과거에는 비싼 음식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이난의 민속춤인 뱀부 댄스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하이난의 민속춤인 뱀부 댄스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하이난, 일대일로의 한 축…'문화+건강'으로 관광 업그레이드

토착민인 여족(黎族) 등 소수민족과 중국 바닷길의 요충지로서의 역사를 접목한 문화관광 프로그램 개발도 하이난 정부가 주력하는 부분이다. 치러우 먹자거리와 남양(南洋)박물관테마호텔 치러우점 등을 운영하는 하이난 황마자르(皇馬假日)그룹의 왕슝 회장조리(회장 비서)는 "하이커우치러우 옛거리는 현재 국내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대형 건축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면서 "남양박물관호텔은 하이난 사람들의 남양 이주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 때문에 호텔과 먹자거리를 통해 세상에 하이난의 문화와 먹거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난이 장기적으로 관광산업 업그레이드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의료관광이다. 천혜의 자연과 맑은 공기에 건강을 접목해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아오러청에 국제의료관광특구를 조성했다.

하이난은 시진핑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도 연결돼 있다. 일대일로 중 ‘해상실크로드’를 지칭하는 '일로(一路)'의 주요 경유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남중국해상의 서사군도, 남사군도, 중사군도도 모두 하이난성 관할이다.

지궈후이 하이난 상무청 처장 겸 서비스무역 촉진국 부국장은 "하이난은 중국 최남단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국제적인 관광도시"라며 "관광에 건강을 연결하는 '여행+'로 하이난 관광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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