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중립성 폐기… 제2의 페북 접속지연 사라질까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2017.12.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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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잃은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의 논리… 통신사 '제로레이팅' 탄력 받을 듯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한 '망중립성' 정책을 폐기했다. 미국 정부의 결정이 국내 관련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인터넷-통신, 국내외 인터넷업계 역학 구도에 미칠 파장은 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美 정부, 망중립성 원칙 폐기= FCC는 이날 표결을 통해 망중립성 정책 폐기를 결정했다. 표결은 찬성 3, 반대 2였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과 2명 공화당소속 위원들이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회선사업자(ISP)가 인터넷 이용에 있어 속도나 망 이용료, 서비스 등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서 미국에서는 ISP들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내라고 요청하거나, 아예 그들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최대 수혜자는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등 ISP들이다. 이들 기업은 보유한 인터넷망을 지렛대로 향후 인터넷 콘텐츠 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구글 알파벳,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기업들은 ISP들이 차별적 가격부과나 자사 콘텐츠 우선 정책 등으로 영향력을 남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 망사용료 이슈 전면화될 듯= 당장 국내 정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FCC의 망중립성 폐기는 글로벌 트렌드가 아니라 미국이 정권 교체되면서 시도되는 변화"라며 "당장 우리나라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망중립성 정책이 법적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 형태로 돼 있고, 이 가이드라인에 인터넷 사업자들의 플랫폼 중립성 원칙도 규정하고 있어서다.

반면 업계 역학 구도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온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인터넷 사업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망 중립성 원칙을 주창하며 통신사들이 구축한 인프라에 사실상 무임승차해왔다. 네이버가 지난해 한해동안 통신사에 망 사용료 용도로 734억원을 지불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가입자들의 접속경로(라우팅)를 일방적으로 홍콩 소재 서버로 바꿔 해당 사이트 접속이 느려지거나 먹통이 된 사건도 발생했다. 페북이 SK브로드밴드 등에 전용 캐시서버 무상 설치를 요청했고, 이런 거래가 관행이 되는 것을 우려한 SK브로드밴드가 거절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정부가 스스로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면서 앞으로 각국 망 사용 협상에 있어 자국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통신사들의 제로레이팅(Zero Rating)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로레이팅은 특정 서비스에 대해 이동통신사가 데이터 사용량을 전액 혹은 부분적으로 무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SK텔레콤의 '포켓몬고'와 'T맵', KT의 '올레TV모바일팩', LG유플러스의 '뮤직 데이터 프리' 등이 대표적이다.

통신사들은 실제로 최근 자사 서비스, 혹은 타사와의 제휴를 통해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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