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감에 대박 꿈 좇아 묻지마식 베팅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진달래 기자, 방윤영 기자, 김민중 기자 2017.12.15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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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한국을 비틀다-②]전문가, 가상화폐 열풍 분석… "한탕주의 확산·갈길 잃은 돈·유행 민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더 빠르게 더 광범위하게 퍼지는 모양새다. 저성장 장기화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신기술의 탈을 쓴 도박'에 몰렸다는 분석과 함께 우리 사회 특유의 쏠림 현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전문가들은 소득 양극화 심화 속에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투기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노동시장도 불안정하니 가상화폐 투자로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상화폐 투자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도 "일상적으로 버는 돈이 삶의 질을 올려주기에 부족하니 단기 투자로 최대 성과를 얻으려는 것"이라며 "10년 전 로또 광풍이 불었을 때와 같은 한탕주의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처가 다양하지 않은 현실도 가상화폐 광풍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투자할 자산이 다양한 편이 아니다"며 "자산시장이 다양하지 못할수록 자산이 한쪽으로 다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행을 놓치기 싫어하고 남들이 하면 같이 하고 싶어하는 한국 특유 문화도 작용했다고 본다. 손석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롱 패딩이 유행하듯 가상화폐 투자도 하나의 유행으로 볼 수 있다"며 "주위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선 게 오히려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권영찬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상담코칭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은 어느 하나에 불이 붙는 경향이 있다"며 "음식점 창업 트렌드만 해도 불닭, 안동찜닭 열풍처럼 특정한 메뉴가 선풍적 인기를 끌곤 한다"고 밝혔다.


하 교수도 "한국 사회는 주변에 있는 사람과 비교를 많이 하다 보니 쉽게 동조할 수 있다"며 "국민 사이에 동질성이 강한 특성도 가상화폐 인기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여타의 도박과 달리 애초 가상화폐가 '신기술'과 '투자'의 영역으로 인식된 점도 영향이 컸다.

신기술에 개방적인 한국인들의 얼리어답터(신제품 등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사용하는 사람) 성향과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신기술을 잘 받아들인다"며 "유럽 사회만 해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신중한 반면 우리 사회는 IT(정보기술) 분야 등에서 변화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손 전문의는 "도박은 잘못됐다는 인식이 있지만 가상화폐는 신기술 투자란 이름으로 거부감 없이 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관련 제도가 미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가운데 우리나라의 뛰어난 IT기기 접근성도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 교수는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법이나 제도 정비가 아직 안 돼 있다"며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이 쉽게 쓸 수 있는 컴퓨터 등으로 돈만 넣으면 될 정도로 접근성이 높으니 많은 사람들이 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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