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 10만원에 팔아요" 중고거래 논란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조문희 기자, 김영상 기자 2017.11.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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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늘면 할인행사 줄어들 수도" VS "업체·소비자 모두 이익, 문제 아냐"

24일 오전 한 중고거래 웹사이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표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사진=중고거래 웹사이트 화면 캡처24일 오전 한 중고거래 웹사이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표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사진=중고거래 웹사이트 화면 캡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직후 중고거래 웹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수능 수험표가 활발하게 거래돼 논란이 됐다. 수험생을 위한 각종 할인행사가 열려 수험표가 마치 할인쿠폰처럼 쓰이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험표 거래 행위가 사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위법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지만 매출이 오르면 업체 입장에서는 이득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수험표 하나에 10만원? 수험생들에게 거래제안 쪽지도

24일 오전 중고거래를 하는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는 '수험표 판매합니다'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노원구 일대에서 만나 10만원에 수능 수험표를 팔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글은 다른 중고거래 웹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수능 수험표를 팔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반대로 수험표를 구하려는 게시글도 보인다. 한 지역 맘카페(자녀를 둔 여성들만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산하고 피부가 안좋아져서 피부관리기를 구입했는데 수험표가 있으면 사은품이 추가된다"며 "수험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해주면 스타벅스 쿠폰을 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 두드러진 수험표 거래 현상으로 대부분 중고거래 웹사이트들은 올해부터 수험표 거래를 금지하는 추세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수험생들 계정에 "돈을 줄 테니 수험표를 팔라"는 메시지가 다수 전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수능을 치른 이소라양(18)은 "주변에 수능을 보지 않은 언니 오빠들이 휴대폰을 싸게 사기 위해 수험표를 가진 나를 (판매점에) 데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산 수험표로 혜택보면 사기죄 여지" VS"손해보는 사람 아무도 없어 위법 아니다"

수험표 매매 현상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다. 대전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안휘씨는 "수험생 대상 반값 할인 행사를 하는데 동생 등(수험생)의 수험표를 들고 오는 어른들이 간간이 있다"면서도 "손님이 온다는 것 자체가 가게에 이익이기 때문에 시술을 거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휴대폰 판매업자인 김모씨는 "최대한 많이 파는 게 이익이라서 수험생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이 실제 수험생(혹은 수험생 가족)인지 아닌지 굳이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채민수 변호사는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법이 개입할 문제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위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험표를 사 혜택을 보는 건 수험생을 응원하려 했던 업체를 배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부적절하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업체에 대한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험표를 산 사람이 수험표의 기존 사진을 떼고 자신의 사진을 붙이면 공문서위조죄를 적용받을 여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험표에 적힌 이름과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로 범죄 행위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사회적 부작용이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험표 할인 행사는 수험생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선의의 행위"라며 "(수험생이 아니면서) 이를 악용해 혜택을 누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적으로 불신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할인 행사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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