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핥는 햇빛'…역대 수험생 필적 확인 문구는?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7.11.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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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에게 희망주는 문구로 필적확인문구 선택…윤동주 3번·정지용 2번 사용돼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확인문구는 김영랑 시인의 작품 '바다로 가자'에서 선정됐다.

수능 필적확인문구란 대리시험을 방지하기 위한 부정행위 방지 조치의 하나로 약 12~19자의 문장을 OMR 답안지에 받아쓴다. 2006학년도 수능(2015년 11월 23일) 때 처음 도입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필적확인문구는 자음과 모음 등이 적절히 섞여있어 기술적으로 필적 확인을 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국내 작가의 작품 중에서 '맑은', '밝은', '희망' 등 수험생에게 긍정적 기운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된 문구로 선정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들을 비롯한 수능시험 출제 관계자들이 후보를 내고 3~5배수 후보군을 선정한 후 그 중 최종 결정한다.



첫 수능 필적확인문구는 윤동주 '서시'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기를'이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문구를 선정했다는 추측이 있었다.

2017년 3월 고등학교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 필적확인문구/사진=온라인 커뮤니티2017년 3월 고등학교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 필적확인문구/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필적확인문구가 도입되고 초반에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세 번이나 사용됐다. 2007학년도부터 2010학년도 사이 △정지용 '향수' 속 '넓은 벌 동쪽 끝으로(2007학년도) △윤동주 '소년' 속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2008학년도) △윤동주 '별 헤는 밤' 속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2009학년도)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속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2010학년도) 등의 문구가 사용됐는데 2006학년도, 2008학년도, 2009학년도 모두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필적확인문구로 선택됐다.

그 외에도 △정채봉 '첫 마음' 속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2011학년도) △황동규 '즐거운 편지' 속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2012학년도) △정한모 '가을에' 속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2013학년도) △박정만 '작은 연가' 속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2014학년도) △문태주 '돌의 배' 속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2015학년도)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속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2016학년도) △정지용 '향수' 속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2017학년도) 등 다양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사용됐다.


정지용 시인의 글도 2007학년도과 2017학년도 총 두 번 필적확인문구로 채택됐다.

수능뿐만 아니라 모의고사 등에서 필적확인문구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23일 수능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들의 올해 첫 모의고사였던 3월 모의고사 속 필적확인 문구는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였다. 박치성 시인의 '봄이에게' 중 한 구절이다. '고3'이라는 시기를 시작한 고등학생들에게 응원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됐다.

2013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2학년 생들이 치른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의 필적확인문구였던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는 '핥는다'는 특이한 표현때문에 여러가지 패러디 물이 탄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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