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국방예산 더 늘려야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17.11.22 04:41
글자크기
[김화진칼럼]국방예산 더 늘려야


지난 14일 국내외 언론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을 찍은 사진을 일제히 보도했다. 루스벨트, 니미츠, 레이건 등 미국 항공모함 3척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편대가 동해상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훈련 광경이다. 남의 나라 군사력이 한반도 인근에 일제히 동원된 이 훈련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안심이 된 것은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장공비 침투사건, ‘북괴의 남침 위험’ 얘기에 이골이 났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진 건 요즈음이 처음이다. 내 주위 적지 않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불안해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가공할 화력이 유사시 우군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은 보통 큰 위안이 아니다. 그런데 저게 다 돈이다.



한 장의 사진에 나오는 전략자산의 가치와 운용비용이 어지간한 나라 1년 국방비와 맞먹는다. 니미츠급 항모는 탑재한 전투기를 제외하고도 1년에 약 5조원의 운용비용이 든다. 북한의 1년 국방비가 4조원 정도다. 단순계산으로 사진에 찍힌 3척의 항모만으로도 북한의 3배 군사역량이다. B-1B는 2대가 1조원이다.

힉스입자를 찾아낸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를 제네바에 있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 설치하는 데 유럽 각국은 비용분담 문제로 수년을 끌었다. 천문학적 예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계산해보니 입자가속기 설치비용은 미군이 이라크전쟁에서 단 이틀 동안 지출한 돈이었다. 거대한 미국의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증권위원회(SEC)의 1년 예산과 미 육군 군악대의 1년 예산이 같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보면 전비와 국방비 때문에 인류가 유용하게 써야 할 다른 용도에 돈이 쓰이지 못한다. 그래서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세계 각국에서 수십 년 동안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에 빠지고 엄청난 혼란과 공포가 발생할 전쟁의 위협은 이런 경제적 계산만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옛날과 달리 현대의 전쟁은 전면적인 살상과 파괴다. 전쟁은 인간성을 파괴한다. 여자와 어린아이들 같은 약자에게는 지옥보다 더 참혹한 것이 전쟁이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적군의 총포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우리 주위의 무질서와 폭력, 나아가 광기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멀쩡하던 사람도 전쟁 때는 짐승으로 변할 수 있고 군인의 명예를 모르는 자들이 군복을 입을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생존배낭이 오히려 약탈을 위한 폭력을 자초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전쟁을 막는 방법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외교와 협상을 통한 타협의 도출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 방법은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가르친다. 대개 미봉책에 불과하다. 내 임기 중에는 평화로웠다고 자랑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인기 없는 방법은 군비확충, 무력을 동원한 시위와 위협이다. 우발적인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솔직히 요즘 후자가 더 마음에 든다. 현명하지 못한 생각일 수 있으나 국민들 마음이 이렇게까지 된 데 역대 모든 위정자가 사죄해야 할 것이다.


힉스입자가 더 늦게 발견되고 자본시장이 허술하게 되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 돈을 아낄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남의 돈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국방비를 더 늘려서라도 독자적 전쟁 억지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영구중립국이고 200년간 한 번도 전쟁을 겪지 않은 스위스가 왜 GDP(국내총생산)의 1%를 아직도 국방비로 쓰면서 정예 예비군을 유지하는지 새겨볼 일이다. 이 칼럼의 제목이 매우 아마추어적으로 보이겠지만 많은 국민의 생각이 그렇다고 믿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