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네팔서…삐걱대는 中 일대일로, 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7.11.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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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리스크 회피위한 국가보증 요구 vs 상대국 국가보증시 공개입찰 등 절차복잡 난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


중국이 경제 성장과 국제 사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최근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국가와 큰 틀에서 합의했더라도 세부안 추진 과정에서 국가 보장 등 금융 조건, 투명한 입찰 등의 이슈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개발 금융 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중국 국영 기업인 거저우바그룹과 체결한 25억달러(약 2조7500억원) 규모의 부디 간다키 수력발전 댐 건설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카말 타파 네팔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정부는 이 회사와 공사 계약이 변칙적이고 경솔했다고 결론 내리고 의회의 지침에 따라 계약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는 네팔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합류키로 한 지 수주 후인 지난 6월에 체결됐었다.

앞서 파키스탄도 지난주 중국과 함께 추진하던 140억달러(15조4000억원) 규모의 디아메르 바샤댐 건설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땜은 높이 272m, 4500MW(메가와트) 규모로 완공되면 파키스탄 사상 최대 수력 발전소가 된다.



무자밀 후세인 파키스탄 수력발전공사 의장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자금 조달 문제 등에서 중국의 '너무 엄격한 조건'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사업 중단 배경을 밝혔다. 파키스칸 정부는 중국과의 합작이 아닌 자체 재원으로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들이 일주일 새 두 건이나 차질을 빚으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주창한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동,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넘어 중국과 유럽, 아프리카로 육로와 해로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중국은 관련국들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공세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차질을 빚은 사업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숙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중국이 금융 지원을 하고 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이 기존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금융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2차 대전 후 마샬 플랜에 따른 기부나 신용 제공과 분명히 다르고, 동유럽 국가 재건을 위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양여금 성격과도 다르다는 것이다.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는 인프라 건설 외에 발전 설비 판매가 포함되는데 대출을 받는 쪽은 국가 보장 없이 거래하려고 하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상환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정부가 관여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은 경쟁 입찰이 모범 규준이다. 공개 입찰을 거치게 되면 중국 설비가 선택된 이유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산 설비를 운영하기 위해 중국 근로자들이 대거 투입되는 것도 자국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대국으로선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다.

개별 프로젝트들이 완공 후 '윈윈'이 아닌 중국의 일방적인 수혜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올해 중국과 유럽 간의 화물열차 운행 횟수가 사상 최대인 3000회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유럽에서 중국으로 오는 화물열차의 경우 비어있거나 부분만 채워진 경우가 많아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라고 보도했다.

SCMP의 칼럼리스트이자 세계은행에서 인프라 금융에 대해 자문하는 일을 했던 피터 구이는 "중국이 개발 금융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일대일로 사업 과정에서 국가 보장을 계속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투명하지 못한 입찰 절차에서 국가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부패 의혹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인프라 금융 전문가는 "중국 입장에서는 해당 국가의 신용도를 감안하면 국가 보증을 원하는 게 당연하고 국가가 보증하게 되면 굉장히 엄격한 기준으로 공개 입찰을 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일대일로를 국가적인 사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개발 금융 전략을 유연하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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